[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지난 공모에 이어 이번에도 재차 지원사격에 나선 만큼 김 전 본부장의 인선에 대한 오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나타난 결과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SH공사 사장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추천한 후보자 2명에 대한 인사검증을 진행한 결과 김 전 본부장을 최종 후보자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인사 청문회는 최종 후보 임명 후 열흘 이내에 열리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은 2000년부터 경실련에서 활동한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2004년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를 세우고 분양 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 시행, 공시지가 인상 등을 촉구해왔다. 김 전 본부장은 SH사장에 오른 후 오 시장의 주택공급 역점 사업이기도 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김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인물이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 의석을 차지한 서울시의회에서 의원들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인사청문회 결과와 관계 없이 오 시장의 의지에 따라 사장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기도 한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3일 열린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아파트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김 전 본부장 같은 분을 모셔서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판단했다"며 "SH 사장 응모를 제안했고 다행스럽게도 응해줬다"고 말했다.
그동안 서울시는 SH공사 사장 공모를 총 세 차례 진행했다. 1차 공모에서는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내정됐지만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 보유 논란이 거세지자 자진 사퇴했다.
이후 2차 공모에서는 김 전 본부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임추위 면접에서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최종 후보에서 탈락했다. 임추위는 최종 후보로 한창섭 전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과 정유승 전 SH 도시재생본부장을 추천했지만 이번에는 오 시장이 모두 퇴짜를 놓으며 공모가 무산됐다.
김 전 본부장이 SH공사 사장에 오르더라도 공약 실현을 위해 손발을 맞추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본부장은 그동안 SH공사의 공공임대 분양 폭리 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SH공사 측은 김 전 본부장이 당사의 회계 기준을 이해하지 못 한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반박하는 등 엇갈린 의견을 주고 받았기 때문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 내정자가 지난 3월29일 경실련 재직 당시 2011년 이후 SH공사의 택지매각 현황 실태분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