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차량용 반도체 부족난이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점차 해소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일각의 예상과 달리 3분기와 4분기 생산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되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한 완성차업체들까지 차량 생산에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장 전문 기업 앱티브는 최근 2021년 연간 완성차 생산 전망치를 기존 8500만대에서 7900만대로 7% 하향 조정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3분기 추정치도 2100만대에서 1800만대로 수정됐다. 이는 기존 대비 15% 낮춰 잡은 수치다. 완연한 회복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 예상됐던 4분기도 2300만대에서 2000만대로 13% 하향 조정됐다.
반도체 수급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까지도 어렵다'란 전망도 나온다. 전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업체 TSMC는 올해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이어지자 미국 정부의 협조 요청을 받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생산 설비 구축 시점이 내년 초로 예상돼 이같은 수급 불안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TSMC가 증설에 나선다고 해도 최소한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며 "올해를 지나 내년 상반기까지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반도체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시점은 내년 중반쯤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직원들이 아산공장에서 쏘나타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하반기 들어 완성차업체들은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다. 업계 전반에 걸쳐 차량 출고 적체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현대차(005380)는 지난달 9~10일과 14~17일 아산공장 가동을 멈췄다. 울산 4공장도 지난 13~17일 가동을 중단했다. 해외에 위치한 공장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달 3일과 7일,
기아(000270) 조지아 공장은 지난달 7일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출고까지 반년 이상 기다려야하는 차량도 있다.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 싼타페 하이브리드 등은 주문 후 출고까지 6개월 이상,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9개월,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출고까지 11개월이나 소요된다. 신차 일정도 미뤄지고 있다. 4분기 중 초도 물량 생산이 계획됐던 제네시스 G90과 기아 니로 등의 차량은 내년 1분기 이후 출시될 예정이다.
한국지엠도 반도체 공급난으로 이달 들어 2주간 부평1공장의 휴업을 결정했다. 앞서 한국지엠은 부평1공장을 50% 감산해왔으나 수급 악화에 가동 중지까지 가게된 셈이다. 부평 2공장의 가동률도 50% 수준이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심화되면서 완성차업체들의 자체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13일(현지시간) "현대차도 그룹 내에서 우리, 자신의 칩을 개발할 수 있기를 원한다"며 "많은 투자와 시간이 걸리지만, 이것은 우리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라며 의지를 피력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