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현대중공업…정기선 '수소·로봇'으로 미래 준비

30대 젊은 3세 경영인, 미래 사업 발굴로 경험 부족 만회

입력 : 2021-10-14 오후 3:34:05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267250) 부사장이 사장에 오르면서 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정유·건설기계 사업을 주축으로 수소와 로봇 등 다양한 신사업을 준비하는 중으로, 정 신임 사장은 미래 사업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아직 30대인 정 신임 사장이 그룹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여전한 만큼 미래 사업들의 성패는 승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회사는 기존 주력인 조선·정유·건설기계 사업을 넘어 친환경 조선해양·에너지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주목을 받는 에너지원인 수소를 활용하는 선박과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올해에만 1조원 이상을 조달했다.
 
그룹의 수소 사업은 정 신임 사장이 이끌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회사의 미래 사업을 육성할 미래위원회를 발족했는데, 정 신임 사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이 위원회는 각 계열사에서 30대 과장, 대리급 직원 30여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룹의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업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3월 발표한 수소 사업 비전 '수소드림 2030 로드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회사의 수소 로드맵을 제시하며 생산·운송·저장·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미래위원회는 수소 로드맵을 발표한 후 해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신임 사장은 그룹 내에서 수소 사업 중심 역할을 계속해서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8일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창립총회에 참석한 정 신임 사장은 "유기적인 밸류체인 구축은 수소 생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그룹 계열사들의 인프라를 토대로 국내 기업들과 시너지를 발휘, 수소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국내 10대 그룹을 포함해 15개 회원사가 참여한 수소 기업 협의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신임 사장.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정 신임 사장은 수소와 함께 로봇 사업에도 애정을 쏟고 있다. 제품과 신기술 개발 같은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것은 물론, 관련 행사에도 여러차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 로봇 계열사인 현대로보틱스는 음식료 서빙 로봇을 비롯해 건설 현장에서 페인팅, 용접, 벽돌쌓기에 쓰일 산업용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정 신임 사장은 지난해 6월 열린 KT와의 투자 계약서 체결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KT는 다양한 로봇 개발을 위해 현대로보틱스에 5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정 신임 사장이 이처럼 그룹의 신사업 선봉에 선 건 경영 승계를 위해 입지를 강화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1982년생인 정 신임 사장은 아직 30대로 기업을 이끌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승계를 위한 자금도 부족해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아버지인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선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이 필요한데, 활용할 수 있는 계열사 보유 주식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급여 또한 공시 대상이 아닌 점을 고려하면 5억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재계에선 정 신임 사장이 배당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8년 설립 이후 매년 주당 1만85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정 신임 사장은 지난해 현대중공업지주에서 총 153억7529만원(세금 포함)의 배당금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올해 처음으로 주당 1850원의 중간배당까지 실시하면서 76억8765만원의 배당도 추가로 챙겼다. 아울러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연이어 추진하는 것도 보유한 지분 가치를 높여 승계에 활용하려는 취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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