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머지 않아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연초부터 반도체 업계의 호실적을 책임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4분기부터 본격적인 하락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반도체 재고를 쌓아둔 고객사들이 신규 주문을 미루면서 가격 하락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7일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달 들어 PC용 D램(DDR4 8Gb) 현물가는 3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PC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물 가격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평균 4달러대였던 가격은 3월 들어 5.3달러까지 올랐지만 9월 들어 30%넘게 떨어졌다.
그래픽/최원식 디자이너
D램 현물가격은 대리점 등 소규모 유통시장에서 일시적으로 거래되는 가격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업체는 거래처와 고정된 가격으로 장기공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현물가와 가격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현물가는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현물가의 변동은 통상 2~4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고정거래 가격에 반영된다. 최근 현물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고정거래가격도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 전문가들은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4분기부터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이 4분기 하락세로 전환한 후 내년엔 하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초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고객사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D램 재고를 충분히 쌓아두면서 반도체 업체의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4분기 전체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3~8%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용도별로 하락폭은 서버용 0~5%, PC용 5~10%, 그래픽용 0~5%, 컨슈머용 최대 10%로 전망했다. 여기에 내년에는 D램 평균 가격이 올해보다 15~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낸드 가격은 지난 3분기 전분기 대비 5~10% 올랐는데, 4분기에는 평균 0~5%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도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운호 IBK기업은행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D램 가격, LCD 패널 가격이 하락세에 있기 때문에 실적 모멘텀이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이익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리요네(CLSA)와 모간스탠리 등도 반도체 업황이 둔화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고점론에 힘을 실었다. 마이크론은 최근 9~11월 매출 추정치를 74억5000만~78억5000만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85억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증권업계 중심으로 반도체 고점론이 퍼지면서 반도체 업체의 주가도 타격을 입었다. 올초 8만3000원이던 삼성전자 종가는 9월 말 7만4100원으로 하락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총은 3분기에만 무려 39조4000억원 증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재고는 높지 않은데, 수요 기업의 안전재고는 높은 수준"이라며 "코로나 백신 접종이 늘면서 PC 등의 수요가 줄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