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1년 새 2조원 이상 늘었다.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영향으로 풀이된다.
18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71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60개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779명 중 128명이 전체 보유주식의 6.4%를 담보로 4조8225억원을 대출받았다고 밝혔다. 1년 전인 2020년 상반기 2조5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중공업, 한국타이어 등의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리더스인덱스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이유는 주로 경영자금 또는 승계자금 마련, 상속세 등 세금 납부다. 대주주 일가는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다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권의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입거나 심한 경우 경영권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 오너일가가 계열사 보유지분 중 약 7%를 담보로 제공하고 1조7171억원을 대출받았다. 홍라희 전 관장이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담보로 1조원을 대출해 가장 규모가 컸다.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은 삼성물산 주식을 담보로 3300억원,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SDS 주식을 담보로 3717억원을 대출했다. 대부분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연부연납을 위한 공탁 외에는 주식담보대출이 없다.
SK그룹은 오너일가 8명이 보유하고 있는 SK, SK디스커버리 주식 중 40.1%를 담보로 6068억원을 대출했다. 최태원 회장은 3565억원, 최기원 이사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각각 900억원, 600억원을 대출 중이다. 최성환 사업총괄은 4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이 있다.
현대중공업(329180)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사장이 현대중공업지주 보유지분의 45.1%를 담보로 각각 3215억원, 500억원을 대출받았다.
GS그룹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53명 중 32명이 보유지분 18.6%를 담보로 2668억원을 대출 중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조현범 사장이 2350억원, 조현식 부회장이 300억원을 대출받았다.
LG그룹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1291억원, 구광모 회장 580억원을 포함해 총 2361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이 있다. 롯데그룹과 두산그룹 오너일가의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각각 2241억원, 1639억원이다. 한화그룹은 1575억원, DB그룹은 1502억원이다.
한편, 상위 10대 그룹 중 오너일가의 주식담보대출이 없는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