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장장 12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발사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는 국내 기업들의 노력의 결실이다. 총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KAI)가 중심이 됐으며 국내 항공 엔진 명가 한화는 로켓의 심장인 '75톤 액체추진 엔진'을 만들었다. 현대로템과 현대중공업은 누리호 발사를 위한 연소 시험과 발사대 제작에 참여했고 국내 중소 우주 소재·부품사들도 힘을 보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발사한 누리호는 국내 기업 300여곳에서 500여명이 참여해 만들었다. 정부는 누리호를 우리 기술로만 만들기 위해 개발 초기부터 산·연 공동연구센터를 구축했으며 기업에 전체 사업비의 80%인 1조5000억원을 지원할 만큼 민간의 참여를 유도했다.
2013년 발사한 2단 발사체인 나로호는 1단 엔진을 러시아에서 들여왔지만, 3단 발사체 누리호는 1·2·3단 엔진과 발사대까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 '첫 한국형 발사체'로 불린다. 발사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누리호가 의미 있는 이유다. 발사체는 우주선이나 인공위성 등을 우주로 쏘아 올리기 위한 로켓을 말한다.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가 누리호를 조립 중이다. 사진/KAI
누리호 총조립은 KAI가 담당했다. KAI는 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했으며, 발사체의 기본이자 최대 난제인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도 제작했다. 발사체가 우주로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연료와 산화제를 탑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추진제 탱크는 부피는 키우면서 가볍게 만들기 위해 두께를 얇게 만들어야 해 용접작업이 쉽지 않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의 1단 추진체는 러시아로부터 들여왔었다.
아울러 발사를 위한 이송과 발사대 거치, 인터페이스(매개체) 검증시험, 기능시험 등을 담당하며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이원철 KAI 발사체생산팀 수석은 "누리호 개발을 계기로 우리가 독자 우주 발사체 기술을 가지게 됐다"며 "이는 추후 달이나 화성 탐사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호에 탑재한 75톤 액체로켓엔진.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누리호의 심장인 75톤 액체로켓 엔진은 40년 이상 항공 엔진을 제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납품했다. 로켓에 들어가는 75톤급 엔진을 개발한 건 세계를 통틀어 이번이 7번째다.
발사체의 엔진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고온, 고압, 극저온의 극한 조건을 견뎌야 하기에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꼽힌다. 누리호는 3단 발사체로, 1단에 75톤급 액체추진엔진 4기, 2단에 1기, 3단에 1기가 사용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추진기관, 배관조합체, 구동장치 제작과 시험 설비 구축에도 참여했다. 또 다른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는 누리호의 가속·역추진 모터와 임무제어 시스템을 개발했고, 한화테크윈은 터보펌프를 제작했다.
한화 관계자는 "앞으로 발사체, 행성 탐사, 한국형 GPS 그리고 다양한 위성을 통한 지구관측, 통신 서비스 등 대한민국에 필요한 우주 산업 모든 분야에서 생태계를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외에 누리호의 연소 시험은 현대로템이 진행했다. 연소 시험은 엔진을 점화해 발사체의 성능을 확인하는 단계로, 발사 전 필수 과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지상 발사대와 초록색 구조물 엄빌리컬 타워를 제작했다. 48m 높이의 엄빌리컬 타워는 발사체에 산화제와 추진제를 주입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두원중공업·에스앤케이항공·이노컴 같은 중소 우주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들도 사업에 참여했다.
우리 기업들이 누리호를 시작으로 발사체 개발에 뛰어들면서 한국의 '스페이스X' 탄생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가 커진다. 우주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면서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3500억달러 수준이었던 우주산업의 시장 규모가 2040년에는 무려 1조1000억달러(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