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보완대책에 청년층 다중채무 방안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포퓰리즘 대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한 정부 보증 등 이미 제도적으로 청년대출 대책이 마련돼 있는 상황인 만큼 또다른 추가 대책은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26일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에는 전세자금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시키지 않고, 제2금융권에 대한 DSR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DSR은 개인이 보유한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합계가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대출을 소득만큼으로 제한하는 개념으로 DSR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이와 함께 대책에는 청년층 채무 조정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참모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학자금 대출과 금융권 대출을 함께 보유한 다중채무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대책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청년층의 재기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청년 다중채무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통합 채무조정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라"고 당부했다.
실제 청년층 가계부채는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청년층의 가계부채는 485조7900억원으로 전체(1805조9000억원) 연련층의 26.9%를 차지했다. 청년층 가계부채는 2019년 말 390조원대에 육박하며 지난해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20조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청년층 채무 배경에는 부동산 비중이 크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의 6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48조57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30층의 전세자금대출은 2017년 6월 29조1738억원에서 올해 6월 88조234억원으로 급증했다. 총 전세대출 중 청년층 대출 비중은 59.2%에 달한다. 특히 20대 대출 잔액은 2017년 4조원대에서 올해 24조원을 넘어서며 불과 4년 만에 6배 가량 늘었다. 청년 대출이 증가한 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오른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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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 다중채무 조정안은 내년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서민금융진흥원의 대위변제 등 청년층 채무 조정을 위한 여러 제도 장치들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대출이나 개인회생제도도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서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정책보증상품(근로자햇살론, 햇살론유스, 햇살론15, 햇살론17)의 20대 대위변제 건수는 2만1216건을 기록했다. 대위변제는 제 3자가 대신 돈을 갚아주는 것으로, 통상 원리금을 연체하거나 신용회복(워크아웃), 개인회생, 개인파산 절차를 밟을 때 이뤄진다.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빚을 탕감 받는 회생절차와 달리 대위변제는 서금원의 재원을 투입해 서금원이 대신 돈을 갚아준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른 추가 대책은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효과가 미미한 포퓰리즘 성격의 현금성 지원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인적 자원을 증대시킬 수 있는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나 고용 인센티브 지원 등의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고 투자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젊은 층이나 취약계층이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는데 정부는 이들을 지원할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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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