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올려달라"…한국조선해양 자회사, 나란히 파업 전운

현대중 노조, 중노위 조정 신청
삼호중공업, 지난 20일 4시간 부분파업
집행부 교체 선거 돌입…교섭 장기화 우려

입력 : 2021-10-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국조선해양(009540) 자회사인 현대중공업(329180)·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010620)이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에서 일제히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 호황으로 한국조선해양이 연초 세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만큼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집행부 교체 선거를 앞두고 있어 교섭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투표에서 쟁의가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나설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위해 지난 8월 30일 상견례 이후 12차례 교섭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04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과 성과급 산출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아직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삼호중공업 또한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삼호중공업 노조의 경우 이미 지난 20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부분파업에도 나선 바 있다. 삼호중공업은 대형 탱커, 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선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7월 6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2년치 임단협 타결을 촉구하며 판넬공장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미포조선도 올해 임단협 중인데, 지난 7월 진행한 잠정합의안 조합원 1차 투표가 부결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잠정합의안이 1차에서 부결된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부결 후 4차례에 걸쳐 교섭했지만 타협안은 나오질 않은 상태다.
 
현대미포조선은 한국조선해양 자회사 중 비교적 노사 관계가 안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기대보다 올해 임금 인상 폭이 기대보다 높지 않자 내부 반발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 7월 현대중공업 노조가 울산 조선소 크레인을 점거하는 등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지난해 기본급 1만8000원 인상 성과를 얻은 것에 자극을 받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먼저 협상을 끝낸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임금이 동결됐었다.  
 
한국조선해양 자회사들이 이처럼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는 건 올해 회사의 수주 실적이 모처럼 좋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연초 세운 수주 목표 149억달러를 102% 초과 달성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 인상뿐 아니라 수주 증가에 따른 인력 충원과 정년 연장 등도 안건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노사 간 의견 차이가 큰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곧 집행부 교체 선거도 앞두고 있어 임단협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집행부가 선거 준비에 돌입하면 임단협 협상에 나서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이번주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교섭을 임시 중단한 상황으로, 현 노조 진행부 임기가 11월 17일까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교섭은 12월이나 돼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11월 지부장을 포함한 임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선거 이후 의원·교섭위원 선임 절차 등을 고려하면 올해 임단협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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