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러시아까지…'종전선언' 전방위 외교전

성김 23일 방한, 정의용 26일 방러…종전선언 입장 조율·설득 나서
중국은 아직 관망세…미중 정상회담·북미 협상 이후 움직일 가능성

입력 : 2021-10-22 오후 6:11:28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종전선언을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외교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오는 23일 방한해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 양국의 입장을 조율하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6일 러시아를 방문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정부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 설득에 나선 가운데, 종전선언 추진의 또 다른 축인 중국이 연내 미중 화상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외교부에 따르면, 성 김 대표는 24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핵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주요 사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특히 김 대표는 이번 협의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 정부가 내부적으로 추가 검토한 입장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진전된 입장이 전달될 지 주목된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3월1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면담하기 위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그동안 미국 측에 종전선언 구상을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진전 방안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종전선언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종전선언이 선언적 의미이긴 하지만 논의 전부터 적대시정책 폐기,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어떤 전제조건을 내걸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한미 간 공감대가 커지면서 양국은 종전선언 '문안'에 관해서도 일정 부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한미 북핵수석대표는 종전선언 논의 이외에도 북한의 지난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의도를 분석하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양국 간에 그동안 수차례 논의됐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이 구체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 북미 협상 재개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고 공식 브리핑을 통해 언급했는데, 제안 내용이 여러 인도적 지원 방안 중 하나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이후에는 정의용 장관이 26~28일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과 회담한다. 정부가 종전선언 추진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장관이 러시아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러시아가 종전선언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앞서 러시아 측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한러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종전선언 제안을 높이 평가하고, 지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정전협정 체결의 당사국은 아니지만 북한이 종전선언에 호응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중국과 함께 추가 대북 제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또 '스냅백'(위반시 제재 복원) 조항이 들어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북한과 입장을 같이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4자(남북미중)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6자(남북미중러일) 회담의 참여국이고, 특히 6자 워킹그룹 속에서 동북아의 평화 안정에 대한 주도 국가이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 평화 안정에 대한 입구로서 종전선언을 위한 역할도 나름대로 있을 것"이라며 "특히 러시아는 북한과 가깝기 때문에 종전선언에 있어서 러시아가 북한을 설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3월2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러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이 어느 시기에 종전선언 추진 움직임에 적극 나설지 주목된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의 장으로 대외에 각인시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중국은 특별한 시점에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종전선언을 위한 북한 중재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무력시위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 교수는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서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일관되게 당사자로서 참여하겠다고 했고,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단지 지금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북한에게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중국도 발 빠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 협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지금 주의깊게 (종전선언 논의 과정을) 살펴보는 이유는 미국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구분해서 접근하고 있고,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종전선언 접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현재 진행 논의를 관찰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중국이 움직일 시기에 대해 연내 미중 화상 정상회담 이후로 전망했다. 양 교수는 "미중 화상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한반도 평화 안정, 베이징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서 움직임이 빠르고 폭도 넓혀갈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종전선언에서 북한이 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북미 사이의 적대관계 해소"라며 "북미 회담에서도 하나의 의제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기대를 걸고 일각에서 미중 화상 정상회담 이후 이런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9월1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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