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만나 후보 선출을 축하하며 "정책을 통한 선의의 경쟁을 펼쳐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 결과와 관련해 "경쟁을 치르고 나면 그 경쟁 때문에 생긴 상처를 서로 아우르고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일요일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이 아주 좋았다"고 높게 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50분간 차담하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면담에는 문 대통령과 이 후보 외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당내 경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것을 축하드린다”며 "겪어 보니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책 같다. 대선 과정에서 좋은 정책을 많이 발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 다음에 그 정책을 가지고 다른 후보들 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한다면, 그 과정 자체가 국가 발전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며 "그렇게 해서 완성된 정책이 또 다음 정부를 이끌어 가는 하나의 설계도가 되는 셈이기 때문에 대선 과정에서 정책을 많이 더 개발하고, 정책을 통한 선의의 경쟁을 펼쳐 주십사 하는 것을 이재명 후보에 부탁드린다. 다른 후보들에게도 똑같은 당부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 생각해 보면 내년도 예산은 우리 정부보다 다음 정부가 쓸 몫이 훨씬 많은 예산 아닌가"라며 "제가 첫 해에 갑자기 중간에 예산을 인수하게 되면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은 바가 있어서 내년도 예산은 다음 정부가 주로 사용할 예산이라는 점을 많이 감안하면서 그렇게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 후보와의 2017년 당내 경선 경쟁을 떠올리며 "(이 후보와)경쟁을 마친 후에도 다시 함께 힘을 모아서 정권교체를 해냈고, 그동안 대통령으로서 경기지사로서 함께 국정을 끌어왔었는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됐다"며 "이재명 후보가 새로운 후보가 되어서 여러모로 감회가 깊다. 끝까지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이 후보는 문 대통령에게 "제가 일 대 일로 이렇게 뵙기가 참 쉽지 않은데, 초대해 줘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어제 대통령께서 시정연설한 내용을 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 있어서 너무 공감이 많이 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문 대통령이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에 참석하는 것을 언급하면서 "우리도 사실은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적으로 해야, 뒤따라가면 기회도 없고, 조금만 앞서가면 정말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가긴 가야 되는데, 현장의 기업가들 입장에서는 불안하지 않겠느냐"며 "국가가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된다는 점에 정말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대통령이 지금까지 민주당의 핵심가치라고 하는 민생, 개혁, 평화의 가치를 정말 잘 수행하신 것 같다"며 "저는 경기도지사로 문재인정부의 일원 아닌가.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했지만 앞으로도 우리 문재인정부 성공, 역사적인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에 만났다.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후보의 회동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선출 2일 만에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고,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선출된 지 13일 만에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차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차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