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시가 내년 예산안을 역대 최대 규모 편성했다. 서울시의회는 그 어느 때 보다 강도 높은 예산 심의를 예고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잠정 예산안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44조원이다. 올해 40조1562억원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서울시는 지난 25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등 서울시의회 의장단에 이 같은 규모의 내년 예산안 초안을 보고했다. 이번 예산안은 지난 4월7일 오 시장 취임 후 코로나19 대응, 재난지원금 지원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제외한 첫 편성이다.
서울시의 내년 예산안에는 서울비전2030 관련 예산은 물론 1인 가구 지원 정책과 안심소득 실험 사업 등이 반영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도시재생과 주민자치 사업 등 박원순 전임 시장 역점 사업과 관련한 예산은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간 재개발을 지향하는 현 시장 체제에서 도시재생 관련 예산은 지역에 따라 최대 70% 이상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대부분인 상태에서 예산안이 원안대로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서울시의회가 오 시장을 상대로 민생회복 대책 마련에 같은 마음으로 ‘협치’할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가 예산안 초안이 나오기 전부터 오 시장의 역점 사업 규모를 줄이는 대신,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는 항목을 넣으라고 권고해왔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이번 손실보상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피해 업종들이 있다”며 “서울시는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 업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언급한 것과 관련 있다. 영업제한 조치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입은 피해 업종에 대해 법적으로 손실보상을 실시한다는 내용다.
서울시의회는 손실보상 사각지대에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나서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협치가 아닌 대립이 이어질 경우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은 예산 삭감폭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가 손실보상금을 볼모로 무작정 서울시 사업에 딴지를 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의회도 지역구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도 민주당 소속 의원들끼리 서울시 예산안을 두고 입장차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은 "의회 내부에서는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이 '정치 예산'이라며 이를 줄여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원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의원들 차원에서도 지역구 현안 사업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예산안 심의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내달 보고할 예산안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예산안은 서울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연말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 5월27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심소득 시범사업 자문단 위촉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