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대통령비서실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는 '대장동 청문회'에 다름 아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회동, 대장동 특검을 문제 삼았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회동은 관례였고, 특검은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의혹으로 반격했다.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약 20분 만에 정회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왼쪽 가슴에 단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는 근조 리본과 마스크 착용에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면서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병도(사진 왼쪽), 추경호 여야 간사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후 3시경 재개된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대장동으로 맞붙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유 실장을 향해 "(이 후보가) 대장동 설계자이고, 결재권자이고, 총감독한 사람이고, 피의자가 될 수 있고, 범죄인이 될 수 있다"며 "이 사람을 대통령께서 만나시는 게 옳다고 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실장은 "수사 대상자인지, 피의자인지 그것은 알지 못한다"며 "다만, 여당의 대선후보라서 관례에 따라 또 면담 요청에 따라 검토해 만난 것"이라고 답했다. 성 의원이 재차 "사법당국의 수사 범주에 (이 후보가)들어가 있는데 청와대가 면담을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하자, 유 실장은 "현재로선 예단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당 이영 의원은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대장동 게이트가 상식적으로 반칙도 없고 상식적으로 이득을 획득한 상황으로 보냐"고 따졌다. 이에 유 실장은 "청와대도 비상식적으로 봤기 때문에 '엄중하게 보고 있고 지켜보고 있다'는 말을 드렸다"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문 대통령의 철저·신속 수사 지시에 따라 지금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보냐"고 묻자, 유 실장은 "조심스러운 게 대통령 말씀이 수사 가이드라인 내지는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게 정치적 현안이 돼 버렸다"며 "검찰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입만 열면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하는데, 특검으로 가야 되지 않나"며 "유 실장께서 대통령께 특검을 해야 한다, 결단을 내리셔야 한다고 요청할 의향이 있나"고 물었다. 유 실장은 "저희도 내부적으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며 "특검은 국회에서 논의를 해달라"고 공을 넘겼다. 이어 "논의 중인 결과에 따라 결단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의 지지부진한 수사 진행 상항을 거론하며 "지금 검경이 대통령의 지시를 잘라먹고 있다"며 "레임덕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 실장이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또 문 대통령과 이 후보 회동에 대해 "수사 대상에, 범죄에 포함된 후보를 대통령이 만난다는 건 검경에 '대충 수사하라'는 가이드 라인을 준 것"이라며 "이심전심이란 말도 있고, 묵시적 청탁이란 것도 있다"고 지적하자, 유 실장은 "대장동 사건이 초기에 터질 때 국민들의 분노를 산 부분에 대해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 부분, 부동산에 대한 분노 측면에서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대장동 건은 검경이 수사 중이고,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 지시를 내렸다"며 "행안위 국감에서 충분히 했는데 청와대 국감까지 무리하게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대장동 의혹의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와 관련해 "환수 조항은 원래 없었고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적용하지 않는 게 나았다"며 "그 조항을 넣으면 손해도 같이 분담하자고 해서 고정이익이 삭감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 상황을 고려해서 이 후보가 최선의 선택을 했다면 배임이 될 수 없다"며 "증거들이 전혀 안 나오는 상태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받을 만한 사람을 대통령이 만나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참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인권탄압, 군사반란 수괴를 한 전두환씨가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했다'는 윤석열 후보가 대선주자의 자격이 있는지, 역사인식은 있긴 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유 실장은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며 "청와대는 엄중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은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이 후보에게 제기한 조폭 연루설을 반박했다. 이 의원은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의 국회의원이 기본적인 사실 확인 없이 허무맹랑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국회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어 공작정치를 일삼는 경우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 실장은 "고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는 마땅히 근절돼야 한다"며 "그러나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민생국감'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