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출고 대기 시간이 1년 가까이 걸리는 상황에서 올해 하이브리드 차량(HEV)이 15만대 넘게 팔리며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이 빨라지고 있지만 아직 충전 인프라가 불편한 만큼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만을 모은 하이브리드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및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하이브리드 차 판매량은 총 15만7886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올해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의 하이브리드 차 판매량은 10만3019대로 19.6% 늘었다. 현대차가 4만7753대, 기아가 5만5266대를 기록했다. 올해 싼타페·투싼·스포티지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가 판매량 확대를 이끌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로 71.2% 증가한 2만5004대가 팔렸다.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보다 줄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늘어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어 △그랜저 △K8 △투싼 △K5 △니로 △싼타페 등의 순이었다.
기아 쏘렌토. 사진/기아
특히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이달 기준 계약 후 고객 인도까지 11개월가량 기다려야한다. 투싼과 싼타페도 각각 9개월, 6개월이 소요된다. 이를 고려하면 소비자들의 하이브리드 수요가 높은 셈이다.
수입 하이브리드 차 역시 올해 1~9월 5만4867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176.4% 급증했다. 역대 최다인 지난해 3만5988대를 넘어섰다. 메르세데스-벤츠가 1만8966대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볼보(9395대), 렉서스(7339대), 아우디(6098대), BMW(5631대) 순이었다.
하이브리드가 인기를 끄는 건 아직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등이 아직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친환경을 지향하면서 연비는 좋고 중고차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는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많이 판매될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전기차의 단점이 사라지고 보급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기차의 득세 정도에 따라 하이브리드 차의 수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하이브리드 차 라인업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기아는 연말이나 내년 초 니로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차도 내년 XM3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기로 했다.
오프로더의 대명사 지프는 지난달 '랭글러'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고 렉서스는 인기 모델 ES 300h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았다. 특히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한 'F 스포트(SPORT)' 모델도 추가해 젊은 세대로까지 선택의 폭을 넓혔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세제 혜택도 연장됐다. 정부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던 하이브리드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한도 100만원)을 내년 말까지 유지할 방침이다.
다만 정부가 2023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를 친 환경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따라서 내년 하이브리드 차를 구매한다면 출고 기간이 긴 차종의 경우 세제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