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소 전선업체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주길이 막혔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제조 원가 압박이 심각한 데다 수주 물량마저 줄면서 공장 가동률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원재료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수주물량 감소로 중소 전선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실제로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구리가격은 10월28일 기준 9661달러로 전년 평균치 대비 56% 증가했다. 전월 평균치와 비교해도 3.6% 올랐다.
대형 전선업체의 경우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영업력, 원재료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가격 협상력 등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해외 진출 경험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
중소 전선업체의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주길이 막혔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영세한 중소 업체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원재료 공급사와 제품 납품업체 사이에 끼여 원재료 인상분의 부담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공장을 돌려도 수익성만 악화되는 상황에 놓였다. 영세한 규모로 해외 진출은 꿈도 꾸지 못한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구리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소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70%까지 떨어졌다"며 "공장은 운영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구리 외에도 원유, 시멘트, 철근 등의 가격도 급등하면서 건설 분야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프로젝트도 줄었다. 신규 수주 물량이 없어 공장 가동률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 관계자는 "원재료 값이 오르면서 건물이나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미뤄지고 있다"며 "수주물량이 없어 마른 수건을 계속 짜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이전에는 대형 전선업체가 수주 계약을 하면 중소업체에 위탁생산(OEM)을 맡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업체 역시 수주물량이 감소하면서 중소업체가 당장 기댈 곳이 없어졌다.
더 큰 문제는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가파르다는 점이다. 구리가격은 지난 5월 1만달러를 돌파한 후 한때 약세를 보이다 10월 중순 또 다시 1만달러선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리 가격 변동폭이 커서 판가결정이 어려워 공장운영에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