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코로나 팬데믹 충격 완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이 자영업자 폐업을 방지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책자금의 수혜를 업체는 그렇지 못한 업체에 비해 1년 후 폐업 확률이 10% 낮아지고, 매출 및 고용인원은 모두 2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과거에 정부의 금융지원을 받은 업체와 받지 않은 업체의 사업성과 및 대표자의 신용도 변화를 비교해 정책금융의 효과와 한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정책금융이 자영업자에 미치는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KDI는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정책자금을 받은 개인사업자를 선별한 후, 성향점수매칭(PSME)으로 수혜업체와 사업체 특성 및 사업주 신용이 유사한 대조군을 선정해 성과를 비교했다.
분석 표본은 사업주가 1개 사업체를 운영하는 연매출 5억원 미만의 업체 3만곳이다. 평균 매출과 상용고용인원이 각각 6514만원, 0.26명인 영세 업체로, 이 중 9%가 1년 후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원은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직접·대리 대출 △지방자치단체의 이차보전 △신용보증기금 등 다양한 자금지원 방식이 모두 포함된다.
이에 따른 분석 결과, 정책금융을 받은 개인사업자는 저금리 자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폐업이 축소되고 매출과 고용인원은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관찰됐다고 KDI 측은 밝혔다.
정책자금 수혜 업체는 비수혜 업체에 비해 1년 후 폐업 확률이 10% 낮아지고 매출액과 고용인원은 각각 28.8%, 22.5% 증가했다.
실제로 정부는 코로나19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그간 대규모의 저리 정책자금을 공급한 바 있다. 다만 코로나19 위기에서 사업성 심사가 간소화됐고, 감염 우려로 경제활동이 제한됐음을 감안하면 수혜 업체의 매출이나 고용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KDI 측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KDI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에서 정부가 소상공인에 대규모로 공급한 정책자금에서는 피해 업체의 매출이나 고용 증대보다는 폐업 방지가 주된 효과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책금융 지원 직후 폐업한 사업체 대표의 개인 신용도는 오히려 악화되는 등 대상에 따라 상환 부담의 증가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관찰됐다.
KDI가 정책금융 지원시점 1년 후 폐업한 사업체를 표본으로 한정해 분석한 결과, 정책금융을 수혜한 사업체 대표의 신용도는 비수혜업체 대표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책금융 수혜 사업주의 신용점수가 하락하는 정도는 1년 후 폐업 사업체 표본(2800개)에서 64점으로 나타나, 전체 표본(3만개)의 24점보다 2.6배 더 컸다.
이는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것이 아닌 경영 악화가 심화된 업체에 정책자금을 공급할 경우, 오히려 채무가 가중돼 사업주의 개인 신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폐업·재기 지원이 사업주에게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KDI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겪는 기업에는 정책자금 지원이 유효할 수 있다"면서도 "영업이 개선되기 어려운 업체에는 폐업·재기를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과거에 정부의 금융지원을 받은 업체와 받지 않은 업체의 사업성과 및 대표자의 신용도 변화를 비교해 정책금융의 효과와 한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월 경기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기흥휴게소 내 식당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