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경선 이후가 문제다. 승자와 패자가 화합하지 못한다면 대선 필패는 자명하다. 양강인 윤석열·홍준표 후보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되든 패자는 결과에 표면적으로만 승복할 뿐, 진정한 '원팀'으로 함께 할 지는 미지수라는 우려가 나온다. 되레 부정적 시선이 강하다. 국민의힘 얘기다.
국민의힘은 오는 5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선출한다. 윤석열·홍준표 후보가 치열한 격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서로를 향한 공세는 이미 수위를 넘었다. 감정이 잔뜩 배인 막말이 오가면서 경선 후유증에 대한 당내 우려도 덩달아 커졌다. 민주당이 경선 앙금을 털고 원팀 체제를 갖춘 상황에서 자칫 분열은 필패를 낳은 수 있다는 한숨도 흘러나온다.
3일 양강인 윤석열·홍준표 후보 중 최종 승자가 누구든, 패자는 결과에 표면적으로 승복할 뿐 승자에게 진정한 '원팀'으로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먼저 윤 후보가 승리할 경우, 홍 후보가 윤 후보에게 승복하는 외양을 갖추는 것 이상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결과에 승복은 하겠지만, 홍 후보 성정상 윤 후보는 물론 윤석열 캠프 소속 의원들과 화학적 시너지를 내기는 어렵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홍 후보는 자신이 말한 것처럼 '독고다이'다. 계파에 속하고 싶어도 다른 사람 밑에 들어가 융합하는 성격이 되질 못한다. 2007년 대선 당시 BBK 특검을 선두에서 막는 방패 역할을 했지만 그게 다였다. 친이계(친이명박계)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실제 친이계로 볼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친박계(친박근혜계)와는 더욱 거리가 멀었다.
당 관계자는 "천성이 싸움닭이다. 자신이 대장이 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성격"이라고 홍 후보를 규정했다. 때문인지 홍 후보 스스로도 "내가 캠프"라고 말한다. 대외 메시지 창구로 활용되는 페이스북도 여야 통틀어 홍 후보만이 모든 글을 직접 써서 올린다. 이러면 참모가 필요가 없게 된다. 오직 홍 후보의 결정과 지시 이행만이 따를 뿐이다. 이를 두고 윤 후보는 "많은 사람들이 홍 후보를 떠났다"며 독선적 리더십을 걸고 넘어지기도 했다.
이는 역으로 홍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되도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윤 후보는 물론 윤석열 캠프를 향한 홍 후보의 독한 발언들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홍 후보는 윤 후보 밑으로 들어간 당 의원들을 향해 "파리떼 우글", "공천을 미끼로 한 줄세우기", "갈 곳 없는 낭인들", "정계 퇴출시켜야", "구태정치" 등 수위를 가리지 않고 모진 말들을 뱉었다. "중진들이 정치 초보자 앞에서 굽신대면서 무엇을 더 하겠다고 비굴한 행동을 보이는지 참 창피하고 부끄럽다", "파리떼는 썪은 곳에만 몰려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중립지대의 한 관계자는 "저렇게까지 해서 남는 게 무엇일지를 도무지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주류의 한계"로 해석했다. 윤석열 캠프에 속한 한 의원은 "경선 상황임을 감안해도 당 동료 의원들에게 할 말이 아니질 않나. 그래서 하태경 의원이 '막말병이 또 도졌다'고 한 것"이라며 "지는 경우를 가정하지 않지만, 설사 졌다고 해도 홍 후보 밑으로 들어가 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걸림돌은 또 있다. 이준석 대표가 영입에 공을 들여온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합류 또한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이미 두 사람은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김 전 위원장이 당을 이끌 때 유독 홍 후보의 복당만 불허한 데다, 이를 두고 홍 후보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이라는 28년 전 악연까지 꺼내들며 김 전 위원장을 노회한 비리 정치인으로 내몰았다. "영 아닌 사람이 정해지면 안 할 것"이라는 자신 말대로 김 전 위원장이 홍 후보를 도울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이 경우 갈등은 이 대표와 홍 후보 간 확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2일 충남 천안의 재래시장인 남산중앙시장에서 꽈배기집에 들러 시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준표 후보가 지난 2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승리를 위한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