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음악 저작권료를 놓고 갈등을 빚는 유료방송업계는 비단 OTT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채널사용사업자(PP)와 지상파방송사업자, 라디오까지 음저협과 음원 사용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최근 음저협과 신탁비율 등을 놓고 충돌한 PP 업계는 음저협이 제대로 된 협상음악저작물관리비율 없이 음원 사용 요율을 인상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제대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황경일 PP저작권실무위원회 위원장. 사진/배한님 기자
PP업계가 음저협과 갈등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8년부터다. PP협의회는 음저협과 지난 2017년까지 단체 협상을 통해 자사가 서비스한 콘텐츠에 담긴 음악사용료를 정산했다. 이후 신규 계약을 맺는 협상 과정에서 음저협은 음악 저작권물 사용료를 PP가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제3자로부터 구입한 관리저작물에서까지 징수하겠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PP협의회는 '이중징수'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반박했다. 제작 단계에서 처리된 권리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이중징수 문제는 OTT 음원 사용료 문제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말 승인된 음악 저작권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은 OTT가 서비스 하고 있는 모든 콘텐츠 서비스를 '영상물 전송서비스'로 규정해 음악 사용 요율을 일률 적용하도록 한다. 방송물 재전송서비스의 경우 제작단계에서 이미 권리 처리가 완료됐다는 점을 감안해 사용 요율을 정하는데, OTT에는 이것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라디오 업계도 음저협과의 이중징수 문제로 부딪쳐 콘텐츠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시듣기 과정에서도 음원사용료를 받으려는 음저협 때문에 음악 없이 라디오 다시듣기 서비스를 하는 프로그램이 늘면서다.
PP협의회는 음저협이 주장하는 '신탁비율(음악저작물관리비율)'도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한다. 음저협이 자신들이 관리하지 않고 있는 퍼블릭도메인(저작권자 사망 7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한 곡) 등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사용됐는지 고려하지 않고 신탁비율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PP협의회는 신탁비율이 70~90% 사이로 책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상파방송사업자도 이 신탁비율을 놓고 음저협과 소송전까지 벌였다. KBS와 MBC는 음저협이 주장하는 97%의 신탁비율이 불합리하다며 소를 제기했고,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정을 받았다. 법원은 지상파에 적용할 적정 신탁비율은 81.2%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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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음저협은 지난 1일 이사회에서 PP 저작권료 신탁비율 변경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자신들의 주장대로 97%의 신탁비율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음저협은 PP를 대상으로 신탁비율 도입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9개 PP 중 33개 PP가 신탁비율 도입에 긍정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PP협의회는 "기한 내 설문답변을 제출하지 않은 사업자는 자동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등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하자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PP협의회는 음저협이 이중징수와 높은 신탁비율 등 문제를 안고 있는 '표준계약서'를 강제하고 있다며 11월 초 중으로 문체부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신탁비율 변경은 문체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인데,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음저협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도 물을 계획이다.
황경일 PP저작권실무위원회 위원장은 "방송사업자를 신탁업체가 괴롭히고 있는 현 상황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도 공문을 보낼 것"이라며 "음저협이 선을 넘은 상황이라 공정위 제소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OTT업계와 같이 PP업계도 음저협이 제대로 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다. 무리한 음악 사용 요율 징수로 매출을 높이려 할 것이 아니라 업계가 상생할 방안을 담은 협상을 찾을 때라는 것이다. 황 위원장은 "음저협과 2017년까지 파트너십이 정상적으로 잘 이뤄져 왔던 만큼 관계가 앞으로 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만간 음저협 협회장이 새로 오시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때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