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민연금이 지난달 국내증시에서 11개 종목의 지분율을 1% 이상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연금이 매도한 종목 중 절반가량이 매도기간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낙폭이 컸다. 조정장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의 매도세가 몰리면서 하락 폭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세부적으로 11개 종목의 지분을 줄였으며, 5개 기업의 지분을 늘렸다. 10월 국민연금의 매도 물량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SK텔레콤으로 4조9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으며, 삼성전자도 4조2000억원 가량을 매도했다. 국민연금이 두 종목에서 매도한 금액만 9조원에 달한다. 이밖에
메리츠증권(008560),
녹십자(006280),
에스에프에이(056190),
원익QnC(074600),
롯데하이마트(071840),
동아에스티(170900),
락앤락(115390),
세방(004360),
한국콜마(161890) 등의 지분을 1% 이상 줄였다.
국민연금이 비중을 축소한 종목들의 경우 지난달 주가 조정을 크게 받았다. 녹십자, 롯데하이마트 등 5개 기업이 10월 1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락앤락은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12일 롯데하이마트 주식 23만8483주를 매도했는데, 이날 롯데하이마트 주가는 장중 2만725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이 10월 11만8956주를 매도한 녹십자도 지난달 최근 1년 사이 최저가를 기록했으며, 동아에스티, 에스에프에이, 한국콜마 등의 주가가 10월 최저가를 기록했다. 락앤락 역시 10월 주가가 1만3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최저가인 1만원에 근접했다.
올해 초부터 연기금의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도 지난 1월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신고가를 기록한 지난 1월11일부터 지난달까지 연기금 등은 삼성전자 주식 9조5672억원을 순매도했으며, 삼성전자의 주가는 고점(9만6800) 대비 27.89% 하락하며 7만원선이 붕괴됐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주식비중은 지난 10월 9.69%에서 8.69%로 1%포인트 감소했으며, 매도 금액은 4조원에 달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투자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국민연금의 대량 매도로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며 “반대로 증시 하락 시기 국민연금의 매수세가 낙폭을 줄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경우 통신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로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매도세가 몰렸다. SK텔레콤은 주식 매매거래정지 기간(10월26일~11월26일)을 거쳐 11월29일에 SK텔레콤, SK스퀘어로 각각 변경상장, 재상장 된다. 국민연금은 거래정지 직전일인 10월25일 SK텔레콤 주식 158만8401주를 매도, 5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팔아치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연기금의 대량 매도와 최근 이어진 조정장세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축소됐고, 더 이상 기계적 매도를 이어갈 상황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조정장세에서 국민연금의 종목별 주식 비중 조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