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의 금융사 종합검사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이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사를 감독해야 하는 본분을 망각했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사들에 대한 과도한 검사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7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정 원장의 종합검사 개편 계획을 맹비난했다. 박 교수는 "통상적으로는 사전 규제가 더 강한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전 규제를 더 싫어한다"면서 "이번에 정 원장이 거꾸로 얘기를 한 건데, 상식적으로 안 맞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정 원장은 지난 3일 열린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에서 금감원의 검사 체계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금감원의 검사 업무를 위규 사항 적발이나 사후적 처벌보다 위험의 선제적 파악과 사전적 예방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사전 규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내용이 없는 것도 문제"라면서 "그동안 종합검사를 통해서 금융사들의 문제를 많이 잡아냈는데 금융사들이 싫어한다고 다시 바꾼다고 하는 것은 궁색하고 비겁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도 박 교수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이 전문가는 “새 금감원장이 오고 감독 정책이 너무 확 바뀌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원장이 바뀌었더니 금융사들이 하자는대로 다 따라간다는 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이어 “종합검사는 윤석헌 전 원장이 개인적으로 좋아서 했다기보다는 금융권에 사고가 많았고 그런 과정에서 부활하다시피 한 것인데 이후로 금융사들이 바뀐게 있느냐”라고 되물으며 “실질적으로 금융사들이 바뀐게 없는 상태에서 원장이 바뀌었다고 감독 정책이 바뀌는 것은 조변석개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종합검사 부활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종합검사 외에도 검사가 너무 많고 여기에 감사도 많다. 금융 사고가 터지기 전에 미리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특히 김 교수는 금감원의 지나친 감독으로 인한 금융사들의 현실적인 애로 사항들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안 그래도 금융사에 대한 규제가 많은데 한 번씩 종합검사를 한다고 하면 여기에 준비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인력 소모가 극심하다”면서 “종합검사나 기타 다른 검사들 둘 중 하나만 하는 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