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 A중견기업 사주인 ㄱ씨는 회삿돈으로 고가 미술품을 사들은 뒤 이를 되팔아 수십억원의 돈을 빼돌렸다. 또 근무사실이 없는 가족들에게 고액의 급여를 부당하게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아들은 회사 소유 리조트와 리무진을 사적 유용하면서 수십억원의 유지비용을 회사에 전가했다.
# B그룹 사주인 ㄴ씨는 계열사 중 제약회사 C사의 상장을 추진하던 중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회사 내부정보를 자녀들에게 제공했다. 이후 자녀들은 상장 직전 C사의 주식을 대거 매입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 또 자녀가 사주인 계열사로부터 원재료를 시가보다 비싸게 매입하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했다.
국세청은 정보통신 기술(IT)·부동산·건설 등 코로나 반사효과로 매출과 수익이 증가한 알짜회사를 사유화해 이익을 빼돌린 대기업과 사주일가 30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 법인은 지난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매출이 평균 6.4%(451억) 증가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사주일가 총 재산은 9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 사주일가당 평균 3103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또 최근 5년 사이 사주 재산은 30.1%, 사주 자녀들의 재산은 3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최근 5년 동안 사주 자녀의 가장 높은 재산 증가 금액은 한 2000억대"라며 "가장 높은 재산 증가 비율은 약 700배 정도인 것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일감 몰아주기·사업기회 제공 등 교묘한 방법으로 자녀에게 부를 편법 승계한 대기업과 사주일가 30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9일 밝혔다. 사진은 국세청 세무조사 착수 사례. 사진/국세청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들을 '코로나19 반사이익 가로채기', 자녀 재산증식 기회 몰아주기', '중견기업의 대기업 탈세 모방하기'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우선 코로나19 상황에서 상대적 호황으로 얻은 기업이익을 근로사실이 없는 가족들에게 급여·상여·배당 명목으로 지급한 사주일가 12명이 조사를 받는다. 이들은 법인명의 슈퍼카, 고가 주택·별장 등을 회삿돈으로 구입해 사적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자녀명의로 공시의무가 없는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해 일감을 몰아주기, 끼워넣기 등으로 자녀에게 부를 편법증여한 9명도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과세당국은 이들이 10대부터 '부모찬스'를 통해 10대 때부터 법인 주식 등을 통해 종잣돈을 증여받아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콜옵션부 거래(계약 만기일이 되면 미리 약속한 가격에 현물을 사거나 팔아야하는 옵션 거래) 등을 이용하거나 해외 부외자금을 역외펀드로 위장해 계약사 주식을 우회거래 하는 방식으로 탈세를 한 9명도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코로나 경제위기에 편승한 부의 무상 이전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사익편취 등 공정경제에 역행하는 반사회적 탈세에 대해 조사역량을 최대한 집중할 예정이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경제회복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경영위기 업종 등 조사유예 대상을 확대해 세무 부담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면서도 "증빙자료 조작,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일감 몰아주기·사업기회 제공 등 교묘한 방법으로 자녀에게 부를 편법 승계한 대기업과 사주일가 30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9일 밝혔다. 사진은 설명하는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 모습. 사진/국세청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