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외 업종에게 현금이 아닌 빚을 쥐어주기로 한 모양이다. 코로나19발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 속 시간제한, 집합금지를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현금성 지원은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2년도 예산안 종합정책질의’에서 손실보상 제외업종에 대한 지원책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의 질문에 저금리 자금 대출 등의 방안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몇 십만원 지원하는 것보다 1000만원 이상 큰 자금의 저리자금(대출)을 많이 선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들 가운데 몇 십만원보다 저리 대출을 원하는 이들은 찾기 어려웠다. 당장의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돈’이 이들에겐 절실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역으로 보면 큰돈이 필요한 소상공인이 많다는 얘기가 된다. '몇 십만원의 손실보상금'은 도움도 안 될 만큼 피해가 크기 때문에 '몇 십만원'에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지 '손실보상금'에 불만을 갖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손실보상 대신 대출로 지원하는 것이 합당하는 논리는 다소 무리가 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에 의한 손실보상금 지급이 시작됐는데도 대상 업종들의 불만은 줄지 않고 있다. 체감 피해에 비해서 보상액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외 업종은 이마저도 받을 수 없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직격타를 입은 업종은 사실 따로 있다. 하늘길이 막힌 여행업과 관련 업종은 존폐를 논할 정도로 피해를 입어야 했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온기를 느끼기 어려운 업종이기도 하다. 이밖에 숙박시설, 여행업, 전시산업, 공연업도 인원제한, 방역 수칙 등으로 피해를 입은 업종이다.
이런 피해를 뻔히 알면서 대출로 대단한 보상을 지원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이런 불공평한 보상이 업종 간 불협화음까지 낳고 있다. 살기 위해 자신이 속한 업종을 챙기다가 다른 업종과 비교를 하게 되면서 서로 간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취재를 할 때마다 자영업자들의 비보를 접할 정도로, 자영업자들은 한없이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올 줄 모르고 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현금성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빚을 내는 것은 가계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생업을 이어가기도 힘든 자영업자들이 부실한 정책 탓에 생업을 뒤로 한 채 걸핏하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시간 쪼개어 입장문을 내고 기자회견하기 바쁘다. 더 이상 모자란 보상책이 다른 부작용을 키우지 않길 바란다.
변소인 중기IT부 기자(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