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선사 노조들이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을 두고 갈등이 깊어지자 또다시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이미 부분파업에 나선 가운데
현대중공업(329180)도 파업권 확보를 위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 중이다.
11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집행부는 오는 12일 오후 1시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결과 과반이 찬성하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04원 인상과 가족·근속수당 인상, 성과금 산출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15차례에 걸쳐 교섭했음에도 회사는 아무런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조합원들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며 "현 상태에서는 파업을 통해 교섭력을 높이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해 찬반 투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조합원 불만이 큰 만큼 이번 찬반 투표가 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찬성표가 많이 나와도 실제 파업은 다음 달이나 돼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달 말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파업 계획은 새 집행부가 세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단협으로 인해 올해 내내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 7월에도 노조는 2019·2020년 임단협 타결을 촉구하며 전면 파업을 벌였다. 당시 노조는 크레인을 점거하는 등 강도 높은 농성에 나선 바 있다.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이 지난 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대우조선해양 또한 지난달 5개월을 이어온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권을 확보했다. 이미 부분파업에 나선 가운데 최근에는 조선소 하역부두를 점거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또한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측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누적된 적자를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금 인상과 함께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인수합병도 반대하고 있다. 신태호 수석 부지회장은 산은 앞에서 매각 철회를 요구하며 최근 단식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노조가 나란히 파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조선사들은 간만에 맞은 수주 호황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 참여율이 과거처럼 높진 않지만 파업이 시작되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모두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2년 치 일감도 확보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파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 리스크가 계속해서 반복되면 대내외적으로 납기일을 맞출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납기일을 맞추지 못함에 따른 비용도 적지 않기 때문에 노사가 하루빨리 갈등을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