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지 100일이 지나면서 향후 과제에 관심이 쏠린다. 강한 압박을 통한 금융 감독을 기조로 삼았던 윤석헌 전 원장과 달리 정 원장은 보다 시장친화적인 스탠스를 취하며 전반적인 검사 구조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사들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금융권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정 원장이 금감원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 원장은 지난 8월 취임 당시부터 금감원의 금융 감독 기조 변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당시 정 원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금융 감독의 본분이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며 금융 시장과의 활발한 소통을 당부했다.
이후 정 원장은 금융사와의 첫 간담회 자리였던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만남에서 보다 구체적인 감독 구조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핵심은 금감원의 가장 강력한 감독 수단 중 하나인 종합검사를 개편하겠다는 것이었다.
종합검사는 금융사의 경영 실태와 전략, 리스크 관리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검사로 보통 3~5년 주기로 이뤄진다. 이 검사는 지난 2015년 폐지됐지만 2019년 윤 전 원장이 부임하면서 다시 부활한 바 있다.
정 원장은 종합검사를 세련되고 균형 잡힌 검사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사후적인 감독 방식보다는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춰 금융사들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 정 원장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금융사들의 내부 통제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감독 기관은 시장 리스크 관리 기관으로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종합검사를 한 번 받게 되면 이에 따른 인력 소모가 극심하다”면서 “검사의 수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원장의 이같은 행보가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장 라임이나 옵티머스 펀드 사태 외에도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손실과 관련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중징계 소송 등 금융 사고가 빈번한 상황에서 사후 감독 축소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정의연대는 입장문을 내고 정 원장의 친시장 행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금융소비자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금감원 설립 목적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에게 친화적으로 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좋다”면서도 “다만 원장이 바뀌면서 너무 말랑말랑하게 금융사들이 하자는대로 따라가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지방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