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3년째 표류 중인
현대중공업(329180)그룹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합병(M&A)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LNG선 독과점과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미뤘던 기업결합 심사를 내달 중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로써 올해 안에 인수를 마무리 짓겠다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계획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안에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재개할 계획이다.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내달께 관련 전원회의도 계획 중이다. 전원회의는 공정위원장, 부위원장, 상임·비상임 위원이 모두 참석하는 최고 의결기구로, 1심 재판에 해당한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를 재개하는 건 EU 경쟁당국이 곧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심사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기 위해선 한국, 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6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중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에선 심사가 통과됐고 한국, EU, 일본의 결정이 남았다. 이중에서도 EU의 결정이 이번 합병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이다. EU가 심사를 통과시키면 한국과 일본은 이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심사를 담당하는 EU 집행위원회는 두 기업 합병에 따른 LNG선 시장 독과점을 문제 삼고 있다. 두 기업 합병 시 세계 LNG선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현대중공업에 독과점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업계에선 당초 EU가 컨테이너선 점유율을 문제 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LNG선 시장이 커지면서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LNG선을 발주하는 선사 중 상당수가 유럽에 있어 EU가 다른 선종보다 더욱 민감하게 살펴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LNG운반선 건조 기술을 중소 조선사에 이전하고 수년간 가격 인상을 제한하는 방안을 EU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지난달 "기업쪽이 EU에 제출한 시정 조치 방안에 대한 검토가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생각되고 조만간 공식 심사 절차를 재개할 거라 예상한다"며 "저희도 연내 심사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지부진하던 기업결합 심사가 재개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이 올해 안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도 커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당초 올해 상반기 안에 인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기업결합 심사 지연으로 연내 마무리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다만 경쟁당국이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해도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지역사회가 합병을 반대하고 있어 난관은 예상된다. 노조와 거제시는 두 기업 합병 시 구조조정은 물론 불어난 덩치를 토대로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신태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수석 부지회장은 매각 철회를 촉구하며 지난달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15일째인 지난 3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