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시의 집회 금지 통고에도 불구하고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대문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30분쯤 동대문역 인근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2만명의 조합원들이 모였으며 이는 당초 집회 신고 인원이었던 1만명보다 2배가 많다.
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흥인지문 사거리 일대 도로를 모두 점거하고 "우리가 전태일이다"라며 '비정규직 철폐', '양경수 위원장 석방' 등을 외쳤다.
윤택근 민노총 위원잠 직무대행은 지난 7월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9월 구속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대신해 대회를 이끌었다.
윤 직무대행은 대회사에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360만명, 노조할 권리조차 박탈 당한 특수고용 노동자 250만명, 8720원의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330만명"이라며 "한해 2300여명 노동자들이 산재로 죽임을 당하는데 노동자의 처지는 51년전이나 2021년이나 전혀 다를 게 없다"고 소리쳤다.
이날 민주노총은 정의당·녹색당 등 5개 진보정당과 '대선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10개 항목 31개 세부 과제로 나뉘었다.
대표적인 요구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 50% 이상 감축 법제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에게도 노동기본권 보장 △5인 미만 사업장·단시간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에게 예외 없이 근로기준법 적용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모든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적용 △공공병원 확대 등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주4일제 도입 △택지 공공개발과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이다.
13일 동대문역 인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한 진보정당 조합원이 대선 공동선언문을 펼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이날 '전 조합원 직고용 쟁취'라는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던 건설노조 조합원은 "다단계 하도급을 철폐하고 일부 사람들에게 부가 편중되는 것을 막고 근로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서울, 경기, 대전 세종 등은 (직접 지급이) 가능한데 저 밑에 지방들은 부실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 단체 노동자연대 소속 한 조합원은 "(공공부문) 일자리 문제도 많고 공공 병원 확충도 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후 위기 대책도 별로 없다. 정부가 공약 이행은 안 하고 있고 친기업적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대회는 여의도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정부와 서울시가 대회를 불허하면서 민주노총은 급히 대회 장소를 동대문 인근으로 바꿨다. 앞서 민주노총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의 집회 가능 인원에 맞춰 499명씩 쪼갠 20건의 집회를 신고했다. 이들은 70m의 간격을 두고 세종대로 일대 등에서 움직이겠다고 했으나 서울시는 사실당 1만명이 모인 '불법 집회'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집회 집결부터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이날 오전부터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 차벽과 임시검문소를 설치했다. 12시30분부터 2시까지 경복궁역, 광화문역, 시청역, 종각역, 안국역, 을지로입구역 등 서울 도심 내 지하철역에서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인근 36개 버스정류장(181개 노선)에서도 버스가 낮 12시30분부터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다.
경찰은 이날 대회 주도자 등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법 위반·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수사할 계획이다. 오는 14일 오전 11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7·3 전국노동자대회와 10·20 총파업 시위에 중복으로 참여한 참가자의 경우 더욱 엄정히 수사할 방침이다. 따라서 67명으로 운영하던 '10·20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75명으로 확대 편성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집회가 끝난 뒤 입장을 내고 "경찰과 서울시의 집회 금지에도 불구하고 동대문역 인근 도심권에서 대규모 불법 집회를 강행한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동대문역 인근에서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