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도 독일차 브랜드가 국내 수입차 시장을 호령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연간 점유율 70% 돌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벤츠와 BMW, 아우디 등이 최근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전기차가 점유율 확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독일차 브랜드 판매량은 총 16만193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다.
독일차 5개 브랜드 중 메르세데스-벤츠가 6만5855대로 1위를 기록했고 이어 BMW 5만7265대, 아우디 1만8560대, 폭스바겐 1만2534대, 포르쉐 7723대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69.37%로 2017년(56.73) 이후 계속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역대 최다인 2014년(69.42%)와는 0.05%p 차이에 불과하다.
수입차 양강 체제를 구축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견고한 판매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아우디, 폭스바겐의 본격적인 판매 가세, 포르쉐의 약진 등이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올해 판매량 1위인 벤츠 'E 250'을 비롯해 톱10에는 독일차 모델 8개가 포진하고 있다.
업계는 기존 독일차 브랜드 수요에 더해 일본차 불매 운동에 따른 반사이익을 독일차가 가져온 것으로 해석한다. 올해 일본차 브랜드의 점유율은 7.3%로 2019년(14.98%)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영국(5.61%), 프랑스(1.05%) 등 유럽 업체도 부진했다.
벤츠 '더 뉴 EQS'.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독일차 점유율이 70% 선을 처음으로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독일차 연간 점유율이 70%를 넘은 적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통계 작성이 이뤄진 2003년 이래 단 한 번도 없다.
또 국내 수입차 시장 2위를 유지했던 일본차 브랜드가 전기차를 다양하게 선보이지 못하는 사이 독일차 브랜드가 발 빠른 전동화 전략을 추진한 것도 주효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폭스바겐이 대중브랜드인데도 불구하고 준 프리미엄 대접을 받을 정도로 독일에 대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는 굉장히 크다"며 "내연기관차는 물론 전기차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 이점을 통해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도 1위인 테슬라를 제외하면 독일차 브랜드가 강세다. 올해 10월까지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4395대로 이중 독일차 브랜드가 2702대로 가장 많다.
독일차 브랜드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속속 선보이며 내연기관차에서의 인기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7월 출시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EQA'에 이어 오는 25일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첫 고급 전기 세단 '더 뉴 EQS'를 공개한다. 국내에는 우선 '450+ AMG 라인'이 출시되며 다른 트림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연내 판매를 시작한다.
BMW 역시 다음달 전기 SUV 'iX3'와 'iX'를 출시한다. BMW가 한국 시장에 순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는 건 2014년 'i3' 이후 7년 만이다.
아우디는 지난해 출시한 e-트론에 이어 연내 'e-트론 GT'와 고성능 모델인 'RS e-트론 GT'를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내년 1분기에는 'Q4 e-트론'을 선보인다.
포르쉐는 첫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에 이어 지난달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를 출시하며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폭스바겐은 내년 1분기 국내에 처음으로 전기 SUV ‘ID.4’를 출시할 예정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