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셀트리온(068270)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영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경구치료제와의 패권 다툼이 가시화하고 있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렉키로나에 대한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이번 허가는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승인 권고 의견을 낸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통상 CHMP 권고 이후 품목허가까지 1~2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르게 처리됐다.
적응증 대상은 코로나19 확진자 중 성인이면서 보조적인 산소 공급이 필요하지 않고 중증으로 이환 가능성이 높은 환자다.
유럽 품목허가로 렉키로나는 한국에 이어 두 번째 정식 허가를 받았다. 이와 별개로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에선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바 있다.
유럽연합에서 빠져나온 영국에선 별도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의약품 해외 유통을 담당하는 관계사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30여개 국가와 렉키로나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허가 이후 유럽 내 각국 공급까지 원활하게 이어진다면 수요는 충분하다. 현재 유럽은 동유럽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는 5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도 렉키로나 허가 이후 현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사진/셀트리온헬스케어
유럽 내 판매가 시작되면 경쟁제품은 두 개로 추려진다. 같은 날 허가받은 리제네론 항체치료제 '로나프레베'와 머크(MSD) 경구치료제 '몰누피라비르'다. 이 중 셀트리온 측은 경구치료제 몰누피라비르와 비교해 빠른 치료효과를 렉키로나의 장점으로 꼽았다.
몰누피라비르는 머크가 개발한 경구치료제로 영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아직 처방까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며 실사용은 생산·공급 일정에 달라질 전망이다.
회사 측은 몰누피라비르가 최대 5일간 복용해야 효과를 보이는 반면 렉키로나는 단회 60분 투여로 입원환자에게서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제들 가운데 경구치료제의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투약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라며 "렉키로나의 경우 1회 투여만으로도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특히 입원환자의 경우 단회 투여 방식의 렉키로나가 경구치료제 보다 훨씬 더 편리하고 빠르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항생제도 경구제제와 주사제 중 주사제 효과가 더 빠르다"라며 "먹는 약은 대사 과정에서 손실이 많아서 주사가 빠르고 효과도 빨리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몰누피라비르와 렉키로나의 작용 기전도 다르다"라며 "항체치료제는 감염 후 24시간에서 48시간 이내에 투약해야 효과가 확실히 나타난다"라고 부연했다.
렉키로나와 몰누피라비르 모두 허가 초기 단계라 여러 관점에서의 평가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유럽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빠르게 허가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몰누피라비르와 비교해서 어떤 약이 더 좋은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효과, 안전성, 투여 편의성, 가격 등 네 가지 관점에서 비교해야 한다"라며 "그런 관점에서 현지 시장 내 어떤 평가가 나오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