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전두환 신군부'의 삼청교육대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시작했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6일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청교육대 피해자와 가족 등 22명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민변 삼청교육 피해자 변호사단 조영선 변호사는 "삼청교육대를 모집한 근거가 계엄포고 13호"라며 "삼청교육대의 보호감호는 유죄 판결과 병과되는 형이 아니라 과거 기소유예 전력이 있다는 등을 이유로 보호감호 1~2년을 매겼다는 점에서 아주 위헌적이라는 점에 (소 제기 원인과 쟁점이) 있다"고 말했다.
민변은 보호감호 사건과 순화교육·근로봉사 사건으로 나눠 소송을 제기했다. 보호감호 피해자 네 명과 근로봉사 피해자 한 명, 순화교육 피해자 다섯 명, 보호감호 피해자 가족 아홉 명과 순화교육 피해자 가족 세 명이 참여했다. 2차 소송을 하려는 피해자는 현재 열 명 정도 모였다.
민변은 삼청교육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그간 미흡했고, 대법원이 지난 2018년 12월28일 삼청교육 근거인 계엄포고 13호를 무효로 판단해 올해 12월을 소멸시효로 보고 소송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그 전까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소멸시효를 이유로 기각됐다.
지난 2004년 1월29일 제정된 삼청교육피해자법에 따라 상이·사망·행방불명 피해자 보상이 있었지만 순화교육·근로봉사·보호감호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없거나 미약했다고 한다.
민변은 사회보호법 부칙 5조에 대한 위헌 청구 소송도 할 계획이다. 부칙 5조는 계엄포고 13호에 따라 삼청교육대에 수용된 자가 재범 위험이 있다고 볼 경우 법원이 아닌 사회보호위원회가 보호감호 기간을 정해 처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민변은 계엄포고령 13호에 의한 삼청교육대 수용이 명확성 원칙과 보안처분 법정주의, 소급효 금지원칙과 재판받을 권리, 신체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삼청교육대 피해자와 가족은 영문도 모른 채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남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삼청교육 피해자 이만적씨는 "재판도 없이 종이 쪽지 한 장으로 보호감호 3년을 받았다"며 "병자가 돼 병원에서 누워 있거나 노숙자가 돼 떠도는 사람도 많다. 피해자 4만명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자 김장봉씨는 1980년 7월 현역 입영 통지를 받고 집에서 기다리다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가 8월 광주에서 훈련 받고 강원도에서 근로봉사대 생활하다 이듬해 2월 출소했다. 도구 없이 맨손으로 벙커를 만들고 진지도 보수했다. 그해 다시 현역 대상자가 돼 입대했지만 근로봉사 꼬리표는 내내 따라붙었다.
김씨는 "2000년 결혼하게 됐는데 6개월만에 이혼당했다"며 "삼청교육대 다녀온 것을 처가에서 알게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청교육대에 다녀온 4만명 중 돌아가신 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홀로 계신 분이 많다"며 "건강이 안좋아지고 죄인 취급 받고 사회와 단절되다 보니 정상적인 가정생활도 못했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삼청교육 피해자의 형 박광수씨는 "동생은 1980년 8월7일 동대문 야구장에서 경기를 기다리다 침 뱉었다고 중부경찰서에 끌려갔다"며 "4주 후 찾아가니 동생이 저를 몰라봤다. 지금까지 강화도 요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변은 다음달 20일까지 삼청교육대 피해자의 소송 신청을 받고 같은달 28일까지 추가 소송을 이어간다.
삼청교육대 사건은 1980년 7월29일 국가보위 비상대책 위원회의 '불량배 소탕계획(삼청계획 5호)'와 같은해 8월4일 계엄포고령 13호에 따라 그해 12월까지 검거한 6만755명 중 3만9742명을 26개 사단으로 보내 순화교육을 받게 한 사건이다. 신군부는 그 중 1만16명을 20개 사단에 보내 근로봉사 명목으로 강제 노동 시키고, 이듬해 1월 7578명을 군부대나 청송감호소에 보내 보호감호 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 54명을 비롯해 다수 부상자가 발생했다.
민변 삼청교육 피해자 변호사단 조영선 변호사가 16일 민변 대회의실에서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소송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