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국가가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이 본격화 되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5·18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를 보상하라는 집단소송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참가 의사를 밝힌 피해자들만 1200여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난 12일 광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전일호)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폭압을 당한 피해자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이 인정한 배상 금액은 4000만~1억원이다. 사실심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로, 이 판결을 기준으로 할 때 추후 집단소송으로 확정될 국가가 배상 금액은 480억~1200억원까지로 예상된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옛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보상법)’에 따라 보상을 받은 피해자의 경우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등 별도 소송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한 옛 '5·18보상법' 해당 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후 대법원도 지난 8월 5·18 당시 전두환 정권의 계엄포고 10호에 따라 영장 없이 합동수사본부로 연행돼 불법 구금되고 재판에까지 넘겨져 징역 2년형을 확정받은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헌재 결정에 따라 파기환송했다.
1980년 6월 5일쯤 계엄포고 10호에 따라 영장 없이 합동수사본부로 연행됐다. 그해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정치 목적 옥내외 집회·시위를 할 경우 영장 없이 체포·구금·수색이 가능했다.
A씨는 '민족 양심에 호소한다'는 제목으로 구속 인사 석방과 5·18 이전으로의 복귀 등을 주장한 유인물 약 1000부를 인쇄·출판하고 다른 사람들과 배포를 모의한 혐의로 기소돼 9월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A씨의 항소와 상고는 모두 기각돼 1981년 형이 확정됐다.
집단소송이 진행될 경우 소멸시효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감동으로(대표 송기석 변호사)는 소멸시효 기산점을 헌재 결정일인 지난 5월27일을 기준으로 그로부터 3년간 소송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조계에 따르면, 재심의 경우 소멸시효 기간을 6개월로 판단한 판례도 있는 데다가 가족들에 대한 시효는 피해 당사자 본인과 달리 판단한 판례도 있다.
지난 5월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우리들의 오월'을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41주기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