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구심점을 잃어버린 청년 표심이 내년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상수로 떠올랐다. 2030 표심 확보를 위한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청년층은 특정 정당이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판단과 실리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를 하는 성향을 지녔다. 특히 불공정에 민감하다. 부동산과 취업, 육아 등에도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다. 잘못을 했더라도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과거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었던 이들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에게 열광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신촌 파랑고래에서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계속된 구애에도 현실은 초라…"핵심은 청년세대의 분노"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연일 청년 관련 일정을 소화하며 대선주자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거의 하루를 청년들에게 쏟아붓고 있다. 이미 소화한 일정만 'K-웹툰의 역사를 다시 쓰는 웹툰작가들과 만나다'(3일)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4일) △경북대 학생들과의 간담회(5일) △청년주택 '장안생활' 방문(6일) △스타트업 정책 토크(8일) △가상자산 청년에게 듣는다(11일)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한다(12일) △부산 스타트업·소셜벤처인 간담회(13일) △부산 청년들과의 국민반상회(13일) △거제 예비부부와 함께 하는 명심캠프(13일) △항공우주산업 연구원과 함께하는 MㅏZㅏ요 토크(14일) △e-스포츠 발전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15일)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16일) 등이다.
이 후보는 특히 남성 청년층에 주목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2030 남자들이 펨코에 모여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하는 이유'라는 글을 공유하고 읽어볼 것을 권유한 바 있다. 또 이 후보는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남성 청년층이 줄곧 주장해온 이슈로, 이 후보는 과감히 '여성' 명칭을 지웠다.
애정에 비해 현실은 초라하다. 16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14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1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대선 5자 가상대결에서 이 후보는 30.5%의 지지를 얻어 47.1%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특히 20대 지지율이 지난주 23.5%에서 이번주 17.1%로 6.4%포인트, 30대에서도 32.0%에서 29.7%로 2.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비호감도는 20대 53.2%, 30대 47.2%로 극히 높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전략적 실패를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들을 몇 번 만난다고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며 "핵심은 청년세대의 분노"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청년세대는 민주당에게 누적된 분노가 있다"며 "조국 사태부터 LH사태,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까지 이어지면서 누적된 분노가 해소되지 않으니, 민주당이 싫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단순히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청년층이 이 후보의 사생활 문제 등을 지금도 인터넷상에서 퍼나르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관련 공약발표 및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모두가 2030 남성 집중한 '빈틈'…여성표 공략하는 심상정
빈틈을 공략하는 대선주자도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준석·홍준표(국민의힘), 이재명(민주당) 등 모두가 남성 청년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여성 청년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심 후보는 특히 이 후보가 젠더 관련 발언을 하면 반박하는 방식으로 여성 청년층에 구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심 후보는 지난 11일 "이 후보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야 한다'는 글을 공유하고 토론회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하자면서 그 이유로 '여성이 들어가 있으니까'라는 황당한 말을 했다"며 "이 후보의 청년 속에 여성의 자리는 없느냐"고 따졌다.
정의당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지지했던 여성들 중 상당수가 심 후보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의 호감을 심 후보 쪽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의미있는 지지율을 기록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의당은 여성 정책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계속해서 여성 청년의 마음을 사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과 오찬을 위해 16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윤석열, 어부지리…"충성도 낮다. 언제든 철회 가능"
어부지리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후보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3일 당선된다면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겠다며 청년층에게 '한국의 오바마, 마크롱'이 되어볼 것을 제안했고, 14일에는 청년층에게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를 관람하며 2030과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다만, 이 후보와 비교하면 윤 후보의 청년 관련 일정은 극히 적다. 물론 선대위 인선에 집중하느라 일정 자체를 비워두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청년층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윤 후보는 2030 표심 이동을 바탕으로 5자 대결에서 과반에 가까운 47.1%의 지지를 얻어 30.5%에 그친 이 후보를 여유있게 눌렀다. 윤 후보는 20대에서 지난주 27.6%에서 이번주 37.7%로 10.1%포인트, 30대에서도 29.1%에서 41.1%로 12.0%포인트 지지율이 껑충 뛰었다.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신 교수는 "윤 후보가 무엇을 잘 했다거나, 청년층이 국민의힘에 충성도가 높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이들은 윤 후보가 실언을 하면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에 대한 지지는 민주당이 싫다는 이유"라며 "이 후보와 윤 후보 중 누가 더 싫어지냐에 따라 청년층 지지율은 출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31.7%에 달하는 높은 비호감도 역시 윤 후보를 긴장케 하는 이유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