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용윤신 기자] 1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일단 한은이 최근 여러 차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고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에서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미국 등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빠르고 통화 정책만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돼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거세지는 추세다.
18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25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높일지에 대해 의논한다. 금통위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33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렸고, 10월에는 한차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바 있다.
업계는 이달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한은 수장인 이주열 총재가 그간 공식 석상을 통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왔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금통위 회의 직후 "경기의 회복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별다른 외부 변수가 없다면 사실상 기준금리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저금리 장기화로 가계부채가 급등하고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등 금융불균형 문제 해소 차원에서라도 금리 인상 카드가 활용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인플레이션 갭, 최근 자산시장 및 외환시장 불안 흐름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면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금리가 오랜 기간 오르지 못했다. 금리가 코로나 전후 시점 수준까지 회복돼, 유동성이 회수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유가 상승 등 공급 문제로 물가가 오를 경우, 정부가 다소 물가 상승을 용인하는 것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며 "그러나 현재 물가 상승 상황은 일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나치게 많이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물가 상승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사실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은 이미 놓쳤다고 본다"며 "이달 조심스러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다만 급격한 인상보다는 0.25%포인트 정도의 지속적 인상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이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라는 비판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통화 정책만으로 현재 물가 상승,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엔 그 원인이 단편적이지 않을뿐더러, 자칫 경기 회복세를 둔화시킬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금리 인상이 과도하게 빠르게 진행될 경우 오히려 경기 회복세를 저해할 수 있다"며 "가계대출 규제도 사전에 정책 방향의 충분한 제시가 없는 상태에서 강화되면 금융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통화 정책 정상화의 속도가 조절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금리를 높여 물가를 안정시키고 가계 부채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가 많이 오르는 것은 돈이 풀린 점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원자재, 소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 비용 부담이 많이 커진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 계층의 피해도 유념해야 할 요소"라며 "기준금리가 조금 오른다 해도 대출금리는 훨씬 가파르게 오르기 마련이다. 이는 곧 서민층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금리 인상을 반대한 금통위원이 있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지난달 12일 금통위 회의에서 "올해 4% 성장이 실현되고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더라도, 이를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로 삼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본격적인 긴축으로의 전환은 조만간 실시될 예정인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정책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18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25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높일지에 대해 의논한다.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용윤신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