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조재훈 기자] 100년 넘게 이어온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움직임과 맞물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내연기관차 판매·생산 중단과 함께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 이후에는 내연기관 신차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그룹은 204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000270)는 2035년부터 유럽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만 판매하고 2040년에는 한국, 미국, 중국 등에서도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 2040년부터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 신차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종전 계획을 앞당긴 것이다. 전기차 판매 비중도 2040년에는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한 발 앞서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수소·배터리 전기차로 출시하고 2030년부터는 8개의 수소·배터리 전기차 모델만을 생산·판매할 계획이다. 2030년 친환경차 40만대 판매가 목표다.
제네시스 전용 전기차 'GV60'. 사진/제네시스
제너럴모터스(GM)는 2035년 이후 가솔린과 디젤차의 생산과 판매를 전 세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GM은 2025년까지 전세계에서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에 270억달러(약 30조2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벤츠는 2030년부터 전 차종을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배터리 전기차 부문에만 400억유로(54조22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벤츠는 1회 충전으로 100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순수 전기차를 개발 중이며 내년 공개할 예정이다.
볼보 역시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글로벌 판매의 50%는 전기차, 50%는 하이브리드차로 구성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판매할 계획이다. 2029년까지 전기차 75종을 출시하고 2035년까지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
BMW는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1000만대를 공급하고 포드는 2030년부터 유럽에서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혼다는 2030년까지 전기차와 연료전지차 비중을 20%로 올리고 나머지 80%는 하이브리드차로 채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각 나라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등 탄소 중립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츠 전기차 세단 '더 뉴 EQS'.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기존 26.3%에서 40%로 상향했다. 수송 부문에서는 감축률을 기존 28.1%에서 37.8%로 늘렸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362만대, 수소차 88만대, 하이브리드차 400만대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2030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전 세계에 전기차 보급 대수가 1억4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면 2억3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계획대로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인프라가 잘 구축된 미국·유럽 등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내연기관차 수요가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 토요타, 폭스바겐 등이 내연기관차의 글로벌 생산 중단 시기를 못 박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난 10일 포드와 GM,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BYD, 재규어 랜드로버 등 6개 완성차 업체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는 서약에 동참했다. 토요타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혼다와 닛산, BMW, 현대차는 참여하지 않으며 주요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 독일도 서명하지 않기로 했다.
또 현재 전기차 주행거리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 전기차 보조금이 줄거나 사라질 경우 내연기관차 보다 비싼 가격 역시 걸림돌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가격에서 40%를 차지하는 배터리가 얼마만큼 가격이 떨어지느냐가 관건"이라며 "㎾h당 80~90달러로 낮아져야지만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지는 시점이 될 수가 있는데 5~6년 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외 배터리 업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체들도 고강도 투자로 배터리 성능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인프라 역시 각국 정부의 주도로 꾸준히 확충되고 있어 전기차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큰 상황이다.
황준익·조재훈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