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그래미와 함께 미국의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에서 또 하나의 대기록을 썼다.
BTS는 AMA 대상 격 '올해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Year)' 부문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 가수 최초이자 아시아 가수 전체로 넓혀도 최초 기록이다.
팝의 본고장이자 미국 주류 음악 시장에 'BTS 현상'을 증명한 셈이다. 세계 음악계 최고 권위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의 공고한 벽을 깰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AMA)에 참석해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 가수 최초 AMA 대상…그래미 후보 주목
방탄소년단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AMA 시상식에서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를 비롯해 '페이보릿 팝 듀오/그룹 부문', '페이보릿 팝송' 등 총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2018년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Favorite Social Artist)'로 연을 맺은 이래 4년 연속 이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BTS가 이제 한국의 아티스트가 아니고 세계의 아티스트라는 점을 증명한 것 같다"고 이번 수상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비틀스, 마이클잭슨, 너바나 등과 같이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적 가수임을 평가받은 셈"이라며 "물론 이 시대에 위켄드, 테일러 스위프트, 릴 나스 엑스 같이 판을 주름 잡는 가수들이 많지만, 여기에 BTS도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고 분석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팝 시장에서 BTS 대세 굳히기가 이뤄진 순간이자 강력한 팬덤과 글로벌화 전략이 현 시대 팝 비즈니스의 모델임을 확인시켜주는 또 한 번의 계기였다"고 풀이했다.
오는 24일 새벽(한국시간) 예정된 그래미 어워즈 후보 지목에도 대중음악계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BTS는 올해 세계 팝 시장에서 영향력을 공고히 해왔다.
'버터'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통산 10주간 1위에 오르며 올해 이 차트에서 가장 많이 1위를 한 곡으로 기록됐다. 빌보드 역사에서 10주 이상 1위를 차지한 곡은 '버터'를 비롯해 지금까지 총 40곡 뿐이다.
여기에 노래의 상업적 흥행 외에 음악성, 사회적 영향까지 시상에 포괄하는 그래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올해 BTS의 활동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행사에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이자 세계 청년들 대표 자격으로 초청돼 연설했다.
세계적인 뮤지션들과의 활발한 협업으로 음악성까지 아울렀다는 평가도 받는다. 실제로 에드 시런이 작곡한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 밴드 콜드플레이와의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메건 더 스탤리언이 피처링한 '버터(Butter)' 리믹스까지 전부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려놓으며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AMA)에서 '올해의 아티스트', '페이버릿 팝송', '페이버릿 팝 듀오·그룹' 등 3관왕을 차지한 후 프레스룸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버터' 이중계약·보수적인 그래미 성향 변수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 중 빌보드가 상업적 차트를 위주로 집계한다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는 팬덤 규모 등 아티스트의 영향력, 상징성에 비중을 크게 두는 측면이 있어왔다.
다만 올해부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전문가 투표 없이 대중 투표 만으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틱톡을 통해 투표로 결정됐기에, Z세대 목소리가 크게 반영됐을 거란 전망이 애초부터 나왔다. 소셜 팬덤을 지닌 그룹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시상식이 대대적인 변혁을 꾀한 셈이다.
음악계 최고 권위인 그래미도 올해는 소수 비밀 위원회가 아니라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전체 투표를 통해 후보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에 BTS도 지난해 후보에 이름을 올린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외에 4대 본상을 가리키는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임진모 평론가는 "이번 아시아 가수 최초 AMA 대상은 북미 지역 아미(BTS 팬덤)가 탄탄하다는 점을 재확인 시킨 것"이라며 "향후 수년간 BTS 팬덤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 진행 중인 '그래미' 수상에도 유리한 결과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작가 평론가는 "올해 에드 시런이 작곡한 '퍼미션 투 댄스'로 제너럴 필드 의 '레코드 오브 이어'에 오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타 음악 시상식과 비교해 보수적인 그래미 선정방식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비 백인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보수적인 40대 이상 백인 남성이 주 선정위원으로, 실제 회원 가운데 아시아 지역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미국 차트를 휩쓴 위켄드 역시 이 시상식에서 1개의 부문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바 있다.
선정방식 외에 '버터'의 경우, 올해 초 메인 멜로디의 이중계약으로 논란도 있었던 점도 BTS와 하이브 측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네덜란드 출신 뮤지션 루카 드보네어는 2019년 동일 메인 멜로디를 이미 구매했었다는 점을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소속사는 이에 대해 "권리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고 했지만, 음악성과 작품성을 중시하는 그래미가 이를 간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제64회 그래미 시상식은 내년 1월31일, 한국 시간으로는 2월1일 열린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