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90% 가량이 다주택자와 법인에게 쏠리면서 세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전세가격 상승세의 둔화세와 임대차 2법(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보완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만큼, 세입자 전가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는 23일 '2021년 종합부동산세 고지 관련,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설명자료를 통해 "종부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2021년도 주택분 종부세 고지 현황(단위: 만명, 조원). 표/기획재정부.
지난 22일 기재부가 공개한 2021년도 주택분 종부세 고지 관련 내용을 보면, 올해 종부세 고지인원은 94만7000명으로 지난해 66만7000명보다 28만명 증가했다. 고지 세액은 5조7000억원으로 전년(1조8000억원) 대비 3조9000억원 늘었다. 이 중 90% 가까운 5조원은 인별 기준 2주택 이상 보유자인 다주택자(2조7000억원)와 법인(2조3000억원) 몫이다.
김태주 기재부 세제실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부세 강화 조치를 한 것에 따른 예정된 정책효과"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민간 임대시장 물건의 상당수가 다주택자와 법인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 늘어난 세부담이 임차인들에게 전가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종부세 증가라는 위험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에 위험을 회피하거나 전가해야 하는데, 위험 회피를 위한 방법으로 주택을 처분하려 해도 양도세가 82.5%"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방법은 위험전가뿐인데, 다주택자들에 대한 종부세 부담 증가는 내년에 4년치 임대료를 한 번에 올리는 등 어떻게 됐든지 간에 세입자들에게 안좋은 영향인 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마저 오를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데 이를 맞춰주지 못하고 현재 거주지를 유지하고 싶은 경우 반전세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명 늘어난 종부세 일부가 월세라는 형태를 통해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궁극적으로 세입자에게 종부세가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이에 반해 정부 측의 판단은 다르다. 임대료 수준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되고 계약기간 중 임대인이 임의로 조정할 수 없어 일방적인 부담 전가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최근 아파트 전세매물이 늘고 전세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어 일방적 임대료 인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재부 측은 "임대차시장 안정 및 임차인 보호를 위해 계약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제한 등 제도적 보완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 공공임대주택 약 170만호와 민간등록임대주택 약 110만호 등도 있어 세부담 전가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1세대 1주택자 장기보유, 고령 은퇴자의 세부담과 관련해서도 "1세대 1주택자로서 주택을 장기 보유한 고령 은퇴자의 경우에는 세부담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올해 종부세 대상자인 1세대 1주택자 13만2000명 중 84.3%인 11만1000명이 고령자·장기보유 공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 중 3명 중 1명은 최대 공제율인 80%를 적용받는다.
또 세부담이 증가한 다주택자 경우 분납 제도를 활용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고지된 종부세가 250만원을 넘으면 이자 부담 없이 6개월간 나눠서 내는 것이 가능하다. 절반은 납부 기간인 12월 1일~15일 사이에 내고, 나머지는 내년 6월 15일까지 내면 된다.
한편 종부세수는 전액 지방으로 배분돼 지자체에서 사용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부세는 재산세와 달리 국세로 징수해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해 전액 교부세 형태로 이전되고 있어 지역 간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유주택 수별 세부담 사례(단위:만원). 표/기획재정부.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