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고수익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잇따라 수주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세계 LNG선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들의 점유율은 90% 육박해 사실상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24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이날 기준 올해 1~11월 세계 LNG선 발주량 549만CGT(70척) 중 493CGT(60척)를 수주하며 점유율 89.8%를 기록했다. CGT는 선박 작업 시 필요한 작업량을 말한다.
LNG는 영하 163℃로 액화한 천연가스로, LNG선은 이름 그대로 이를 운반하는 선박을 말한다. LNG는 온도에 민감한 물질이기 때문에 선박을 건조할 때도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존 연료인 벙커C유 대비 황산화물 배출도 90%가량 적어 친환경 선박으로 분류된다.
한국 조선사들은 LNG선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계속해서 수주 우위를 점해왔다. 한국의 LNG선 수주 점유율은 2018년 98%, 2019년 94%, 2020년 72%에 달한다.
올해 국내 조선사들이 일찌감치 수주 목표를 채우고 고수익 선박 수주에 집중하면서 이달 들어 LNG선 주문 소식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전날 유럽 소재 선사와 총 7456억원 규모의 LNG 추진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주문받은 선박은 , 2000TEU급으로, 크기는 길이 204m, 너비 29m, 높이 18m 규모다. 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를 말한다. 이 선박은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2024년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 또한 지난 11일 그리스 최대 해운사 안젤리쿠시스 그룹의 마란가스로부터 LNG선 2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계약에는 추가 옵션 물량 2척이 포함돼 향후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중동 산유국 카타르도 이달 초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LNG선 6척을 발주했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카타르와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선을 납품하는 슬롯 계약(가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발주는 이 계약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LNG선 발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010140)은 모나코 선사와 LNG선 건조 계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대우조선해양과는 4척, 삼성중공업과는 건조 슬롯 계약 2개 여부를 논의 중이다.
LNG선 수요가 늘면서 선박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달 LNG선 선가는 2억300만달러로, 지난해 평균 1억8600만달러보다 크게 상승했다. 올해 1~8월 발주된 LNG선 가격 1억9000만달러보다도 더 올랐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LNG선 신조선가 지수는 130대에 머물렀는데, 올해 5월 140을 넘긴 뒤 계속해서 오름세다.
천강우 한국선급 박사는 "특히 대형 선박 중심으로 봤을 때 LNG 연료는 IMO의 탄소배출 저감 목표치를 상당 부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선주 입장에선 주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LNG가 선박의 메인 연료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