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확진자 폭발인데…나홀로 급감한 일본, 왜

9월 초 하루 2만명대→두자릿수
확진자 감소 이유 분석도 제각각

입력 : 2021-11-25 오후 4:50:59
일본 도쿄의 아사쿠사 지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하루 2만명 이상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던 일본에서 최근 확산세가 수그러들자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나온다. 국내 의학계에선 서로 다른 가설을 내놓으면서도 여러 요인이 합쳐져 발생현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25일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보면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7으로 집계됐다. 하루 앞선 23일에는 50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올해 중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초 일본 전국에서 약 2만5000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두 달 만에 급감한 것이다.
 
일본 내 신규 확진자 감소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등 전 세계가 대유행 국면에 들어선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단기간에 유행세가 잡히는 양상을 보이자 원인을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바이러스가 유전자 변화를 일으켜 자연 사멸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자연 사멸설은 일본 국립유전학연구소와 니가타대 연구팀이 지난달 말 일본유전자학회에서 처음 발표한 내용이다. 핵심은 'nsp14'라는 효소다. 바이러스가 유전정보를 복제할 때 변이가 발생하는데, nsp14는 변이를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니가타대 연구팀 주장은 nsp14의 유전자가 변화를 일으켜 바이러스가 복제되지 않았고, 일본 내 확진자 급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다수의 연구 결과를 통해 같은 결론이 나오지 않아 아직 큰 신뢰는 얻지 못하고 있다.
 
자연 사멸설 외에도 구충제 '아이버맥틴'이 확진자 감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추론이 등장했다. 아이버맥틴은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다고 잘못 알려진 약물이다. 결국 아이버맥틴 복용에 따른 확진자 감소는 가짜뉴스인 셈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도쿄올림픽 전후 대규모 확산세와 백신 접종 효과가 결합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확산 이후 자연치유로 생긴 항체와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일시적 집단면역이 형성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김우주 교수는 "일본에서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최근까지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면서 대다수 인원이 치유되면서 항체가 생겼다"라며 "백신으로 생긴 항체가 더해져 집단면역 수준이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의 경우 종류도 큰 역할을 했다는 게 김우주 교수 설명이다.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76%로 우리보다 조금 낮지만 거의 모든 국민이 mRNA 백신을 맞아 효과 측면에서 근소하게 앞선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이자, 모더나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에 비해 중화항체가가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공개된 바 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소의 백신별 접종 후 중화항체가 조사 결과를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중화항체가는 각각 392, 263이었다. 반면 화이자 백신은 2119, 모더나 백신은 2852로 mRNA 백신의 중화항체가가 크게 높았다. 
 
김우주 교수는 "일본은 대부분이 화이자 백신을 맞았고 일부가 모더나 백신을 접종했다"라며 "비슷한 수준의 백신 접종률이라도 백신의 종류와 접종 간격을 지키는 원칙 등의 영향으로 질적인 측면은 달라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백신 종류에 따른 질적 차이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해외 유입 차단 등 다른 요인이 더해져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정기석 교수는 "일본이 해외 유입을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내부에선 화이자 백신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접종했다"라며 "지금은 면역이 가장 좋은 구간을 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측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에서 코로나19가 저절로 사라진다면 공룡이 멸종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현상"이라면서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 일본에서도 다시 확진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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