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토마토 김응태 기자] 지난해보다 카드대출이 이용액이 늘었지만 카드사 연체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정부가 코로나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대출 상환유예 정책을 펴면서 착시 효과가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올해 3분기 기준 카드대출 이용액은 75조499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액수로는 3조7000억원가량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금 수요가 높아지면서 카드론 이용액이 급증했다.
카드대출 취급이 늘었지만 실질연체채권 규모는 반대로 감소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3분기 기준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규모는 전년보다 약 1000억원 감소한 1조5998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가 확산하기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450억원가량 축소됐다.
업체별 연체율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신한카드의 실질연체율은 1.1%로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카드는 1.0%로 전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카드와 현대카드는 각각 1.3%, 1.1%로 집계됐다. 국민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현대카드는 0.3%포인트 줄었다.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축소됐다. 7개 전업 카드사 3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조2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하락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는데도 연체채권이 줄어든 건 정부의 대출 상환유예 정책을 시행한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를 적용해 주고 있다. 코로나 국면이 길어지면서 유예 기간을 두 차례 연장했고, 이로 인해 상당 금액이 연체채권에 잡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7월까지 카드사 등 2금융권에 제공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지원 실적은 약 1조460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 지원이 내년 3월 종료될 경우 이연된 부실이 일시에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금융기관은 이자 납부 추세를 보고 부실을 예측하는데 상환 유예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런 위험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유예 조치가 부실 리스크를 높일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차주가 상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예가 만성화되면 모럴 해저드가 심화될 수 있다"며 "상환 유예만 고려할 게 아니라 카드론을 부분적으로 상환하도록 하거나 대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카드대출 이용액이 늘어났지만 반대로 연체채권 규모는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