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내정 부회장, 안세진 신임 호텔군 총괄대표 사장,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부사장). 사진/롯데지주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이 순혈주의를 깨고 그룹 핵심 사업군인 유통과 호텔 등에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급변하는 시장 변화 속에서 혁신에 속도를 내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 등용으로 조직 내 긴장감을 높이려는 데 있다.
롯데 유통군 총괄 대표(부회장)로 선임된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는 롯데쇼핑에서 유통 부문 총괄 수장에 임명되는 첫 외부 인사다. 글로벌유통 전문가인 김 부회장은 1986년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 P&G 신규사업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고 2018년부터 DFI리테일그룹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와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롯데는 그간 내부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췄으며 계열사 대표이사 대부분이 공채 출신일 정도로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해 인적 쇄신을 통한 관행 타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장기화한 실적부진을 만회하고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쇼핑(023530)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1조7892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83억원으로 40.3% 줄었다. 경쟁사인
신세계(004170)가 같은 기간 영업이익 322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한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실적 악화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롯데호텔 신임 대표에는 안세진 놀부 대표를 내정했고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는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지에프알 대표를 임명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호텔의 숙원인 IPO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호텔 사업군의 브랜드 강화와 기업가치 개선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안 총괄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003550)그룹과
LS(006260)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정준호 대표는 1987년 삼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20년 이상을 신세계그룹에서 근무했으며, 2019년 롯데에 영입됐다.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입사 동기로 영입 후 영국 화장품 샬롯틸버리,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카파 등을 도입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를 정리했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외부 전문가들을 잇달아 영입하며 인적 쇄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 나영호 부사장을 롯데온 대표로 영입했다.
롯데지주(004990) ESG경영혁신실 산하에는 헬스케어팀과 바이오팀을 꾸리고 외부 전문가를 등용했다. 헬스케어팀은 삼성전자에서 헬스 서비스·플랫폼 총괄 파트장 출신의 우웅조 상무가, 바이오팀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근무했던 이원직 상무가 이끌고 있다. 롯데지주가 신설한 디자인경영센터 초대 센터장으로는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