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최근 10년간 지속된 것은 급속한 고령화로 저축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올해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 정상화되더라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단기간 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30일 한국은행의 '조사통계월보-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경상수지는 지난 2000년 이후 흑자 기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2012년부터 흑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2000~2011년 평균 1.5%에서 2012~2021년 평균 5.1%로 높아졌다.
상품수지가 2012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폭의 확대를 주도하는 가운데 본원소득수지도 2011년부터 흑자로 전환됐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GDP 대비)는 국제유가 하락, 내수 둔화 영향으로 수출에 비해 수입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면서 2000~2011년 3%에서 2012~2020년 6.1%로 3.1%포인트 확대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만성적인 적자를 보이다가 경상수지 흑자 누증에 따른 순대외자산 증가로 2011년부터 흑자로 전환됐다.
경제주체별로는 2011년 이후 가계(비영리단체 포함) 저축-투자 갭의 플러스 폭이 확대되고 기업(비금융법인 기준)은 마이너스 폭이 크게 축소됐다. 가계는 저축을 크게 늘렸으며, 기업의 경우 저축을 확대하고 투자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의 지속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요인별 지속성을 기준으로 장기 구조적 요인(인구구성, 고령화 속도 등), 중기 거시경제 여건(순대외자산, 재정수지, GVC 참여도 등), 경기적·일시적 요인(유가 등) 및 금융 요인(민간신용, 환율 등)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12년 이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는 장기 구조적 요인과 중기 거시경제 여건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2018년 이후에는 경상수지 흑자 대부분이 중장기 요인에 의해 설명된다는 분석이다.
장기 요인을 살펴보면 핵심 저축인구 비중 상승 등 인구구성 효과뿐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저축 유인 증대 효과로 흑자 기여가 확대됐다.
중기적 요인으로는 순대외자산 플러스 전환에 따른 본원소득 확대, 선진국 대비 양호한 재정수지, GVC 참여도 확대 등이 흑자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경기·일시적 요인(GDP 갭과 국제유가)의 기여도는 별다른 추세 없이 등락하고 있으며 환율 등 금융 요인의 기여도는 크지 않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중장기 국내 경상수지의 흐름을 전망한 결과, 최근 경상수지 흑자를 상당 부분 설명하는 인구구조와 재정수지의 흑자 기여도가 향후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주욱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인구구조의 흑자 기여도는 현재 정점 부근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고령화 진전에 따른 노년 부양률 상승 등이 가계 저축률 하락을 야기하면서 흑자 기여도가 완만한 감소세로 전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가 대부분 중·장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감안할 때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GDP 대비 5% 수준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주 과장은 "앞으로 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화되더라도 대규모 흑자 기조가 단기간 내 약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상수지의 과도한 흑자는 성장 잠재력 저하 등 경제의 불균형을 시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흑자는 해소될 필요가 있지만,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흑자 기조는 대외안정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30일 한국은행의 '조사통계월보-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경상수지는 지난 2000년 이후 흑자 기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2012년부터 흑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사진은 지난 2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