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작업 거부권’…공공 최초 보장

어린이대공원·지하도상가 즉시 도입…도급 근로자 확대

입력 : 2021-12-01 오전 10:37: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어린이대공원이나 지하도상가 등에 일하는 근로자가 위험 인지 시 작업 거부권을 발동해 즉시 장업을 중단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설공단은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 근로자의 보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공기관 최초로 ‘위험작업 거부권’을 전면 보장한다고 1일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 보호를 목적으로 올해 1월 제정됐다. 내달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설 점검이나 보수·정비 작업 시 근로자가 위험하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작업 실시 전이거나 작업도중 이라도 언제든지 하던 일을 중단하고 관리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 작업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작업거부권 행사 즉시 해당 작업은 중단되며, 안전시설 설치, 인력 추가배치 등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이행 후 작업이 재개된다. 작업 거부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 
 
위험작업 거부권은 안전시설 미비나 개인 신체 질환, 예정된 인력 규모의 미배치 등 근로자 스스로가 산업재해가 발생 할 위험을 인지한 경우에 행사할 수 있다. 근로자가 작업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부서에서 1차로 심의 후 부당한 거부 시에는 즉시 재개토록 하고, 판단이 곤란한 경우에는 노사가 참여하는 2차 위원회로 이관해 판단한다.
 
서울시설공단은 서울어린이대공원, 지하도상가 등 공단이 운영하는 24개 사업장의 소속 직원부터 즉시 시행하고, 제도 보완·개선을 거쳐 하도급사 근로자까지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설공단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보장하는 위험작업 중지권에 더해 위험작업 거부권을 추가로 도입함으로써 근로자 안전망을 보완·강화하고,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목표다. 
 
서울시설공단은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보장하는 작업 중지권보다 폭넓은 개념으로서의 작업 거부권을 시행함으로써 재해예방의 취지가 실효성 있게 적용할 방침이다.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뿐 아니라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작업 중지권은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 급박한 위험의 판단기준이 불분명하고 사고가 눈앞에서 벌어질 정도의 급박한 위험 상황에서 다소라도 작업자가 판단을 그르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위험작업 거부권은 근로자 스스로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인식할 경우에 작업 실시 전이나 작업도중이라도 언제든지 행사할 수 있다.
 
최근 민간기업에서도 위험작업중지권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보다 강화한 위험작업거부권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설공단은 현장 근로자들의 입장을 실효성 있게 반영하기 위해 노사 간 협의를 거쳐 위험작업거부권의 세부 기준과 절차를 마련했다.
 
서울시설공단은 안전과 생명존중에 초점을 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함께 올해 초부터 ‘중대재해 안전체계 개선 TF’를 운영 중이다. 현장의 위험요인 발굴과 함께, 법령에서 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행되지 않는 의무사항을 찾아 개선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조성일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지금까지 존재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위험작업 거부권 전면 보장으로 사전에 미처 예측하지 못한 변동 위험까지도 실시간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본적으로 거부권을 인정하되, 풍수해나 제설 등 직원과 시민의 안전이 상충될 때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 근로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 강변북로에서 교통관리시스템 세척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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