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표 따라 오락가락 부동산 정치

입력 : 2021-12-05 오전 10:00:00
두번째는 쉽다. 처음이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완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에 앞서 여당은 1주택자의 양도세 규제 완화도 밀어붙였다. 
 
여당이 다주택자의 양도세 완화 논의에 군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에 관해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정부는 곧바로 선을 그었다. 관련당국이 설명자료를 내며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조치는 정부에서 논의된 바 전혀 없고 추진 계획도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라며 “다주택자 양도세를 한시 인하하는 경우 입법과정에서 절세를 기대한 기존 매물 회수 등으로 다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간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재고주택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부가 논의를 차단하긴 했지만, 여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는 도움이 될만하다.
 
하지만 타이밍은 공교롭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불과 3개월 남았다. 차가운 부동산 민심을 마주한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자세를 고쳐 앉은 셈이다.
 
여당은 그간 다주택자의 투기 이익을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부동산 시장을 어지럽힌 원흉이라고 지목하며 다주택자 때려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지난 4년 동안 여당은 이러한 기조를 토대로 정부와 손발을 맞춰왔다. 이제와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논의를 꺼낸 게, 선거용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건 부동산 정책이 아니다. 부동산 ‘정치’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부동산 문제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처음엔 이념에 맞게 부동산 정책을 만들었다. 그래서 쏟아진 게 각종 규제책이다. 규제는 시장을 통제하지 못했다. 풍선효과가 여기저기서 부풀며 집값을 잔뜩 띄웠다.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집값이 너무 비싸다”라며 한숨을 푹 내쉬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이제 여당은 표를 위해 자신들의 이념마저 버리는 행보를 걷는다. 당의 신뢰와 부동산 정책의 진실성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념도, 시장 안정화도 남지 않았다. 부동산 정치만이 짙게 깔렸다. 
 
집은 국민 주거 안정의 핵심이다. 정치 파도에 휩쓸려 이랬다 저랬다 하기엔, ‘부동산’이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가 무겁다. 부동산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 민생의 문제이면서 정책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그래서 여당의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논의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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