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저축은행들이 소액신용대출 취급을 줄인 반면 대기업 대출 공급은 늘리고 있다. 대출 총량규제로 가계대출 취급이 제한된 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우량 법인 위주로 영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상위 저축은행들의 소액대출 취급 비중이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9월말 기준 총대출 대비 소액대출 취급 비중은 1.41%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 0.18%포인트 하락했다. 총대출 규모가 약 1조2000억원 늘었지만 오히려 소액신용대출은 1억원가량 줄었다.
OK저축은행은 9월말까지 취급한 총대출 중 소액대출 취급 비중은 2.19%로 전년 말보다 1.03%포인트 감소했다. 웰컴저축은행도 소액대출 취급 비중이 2.19%로 집계돼 전년 말보다 1.77%포인트 하락했다.
그간 업계에서 3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은 저신용자에게 고금리 대출을 취급할 수 있어 높은 이자수익이 기대되는 상품으로 여겨졌다. 금융당국도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제약받지 않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제외해 줬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소액대출 취급을 축소하는 건 대출 총량규제 탓이 크다.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21.1%로 제시한 바 있다. 연말에 이르러 대출 공급 한도가 소진되면서 업체들이 신용대출 취급을 틀어막기 시작한 것이다.
소액대출의 경우 부실 위험이 높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통상 소액대출의 경우 저신용자들이 대환대출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특히 코로나 취약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정책이 오는 3월 종료되는 만큼 연체율 관리를 위해 소액대출 심사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신 저축은행들은 대기업 등 우량 법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SBI저축은행의 총대출 대비 대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64%로 전년 말 대비 0.26%포인트 늘었다. OK저축은행은 전년 대비 0.07%포인트 증가한 1.4%를 기록했다. 웰컴저축은행의 대기업 등을 포함한 기타 대출 비중은 6.25%로 전년 말보다 1.74%포인트 상승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가계대출 비중을 낮추고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이 같은 영업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당국이 내년에도 총량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걸면서다. 저축은행업권에 제시된 내년 가계대출 목표 증가율은 10~14%대로 올해보다 더 낮다. 물론 최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포용금융을 강조하며 중저신용자 대출 등에 대해 "총량관리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며 지원 방침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등의 여파로 코로나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저축은행들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소액대출 취급을 계속 줄일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저축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소액신용대출 취급을 줄인 반면 대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금감원장-저축은행CEO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