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금리 인상 속도가 무섭다. 지난 7월까지 0.5%였던 기준금리가 8월 0.75%로 오른 데 이어 11월엔 1%까지 증가했다. 불과 4개월 사이에 0.5%포인트가 치솟은 셈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국내 가계부채 수준이 심각하다는 정부의 문제 인식에 한국은행도 보폭을 맞추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7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오랜 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에 사람들이 익숙해져 있었을 뿐, 학문적으로 봤을 때 0%대 금리는 지나치게 낮았다는 것이 강 교수의 생각이다.
다만 정부가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금리 인상 방향으로 금융 정책을 전환한다면 대출 규제 만큼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주장이기도 하다. 소상공인과 서민층 같은 대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규제를 조금은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등용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기본적으로 금리 인상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각자 의견이 다르겠지만 대출을 무리하게 조이는 것보다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다만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지금보다 완화해도 될 것 같다. 금리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니 차주 스스로 대출을 줄이든지 일부를 상환하든지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출의 경우 규제 한 달 전에는 가능했던 금액이 규제 시행 이후엔 불가능해지기도 하면서 불평등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의 저금리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금리를 낮췄던 이유가 경기 진작인데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금리를 낮춰서 누가 혜택을 봤는지 보면 결국 자산 시장만 올랐다. 특히 코로나19 발병 이후엔 유동성이 유독 자산 시장 쪽으로 많이 몰렸다. 모든 자산 시장 가격이 올랐다는건 유동성에 따른 버블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팽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타격이 클 것이다. 이 중에서도 부동산 신념이 강해서 쉽게 터트릴 순 없는데, 만약 터진다면 충격이 클 것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치명적이란 우려도 있다.
그런 부분은 정책 금융이 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을 보면 정부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음식점의 피해액을 직접 지원한다. 우리나라에 돈이 없다고 하는데 지나치게 돈을 안 푸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세계 모든 국가의 부채가 늘어났다. 그 양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선진국들은 정부 부채가 늘고 후진국들은 민간 부채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민간 부채가 늘어났다. 후진국형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 재정 여력이 있는 만큼 정책 금융을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나.
1997년 외환위기 전에는 은행들이 기업대출만 했다. 정부는 관치 금융을 했다. 기업대출이 망가진게 외환위기 때다. 이후에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용대출은 몇 년 만에 문제가 생겼고, 주택담보대출은 그때부터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까지 20년 넘도록 계속 유지 중이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부채가 늘어난 후엔 항상 위기가 왔다. 정확히 어느 정도의 부채가 늘어야 하는지는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알 수 없다. 버블이 터졌을 때 충격을 정부도 알기 때문에 조금씩 김을 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잘 안 되는 것 같다. 부동산처럼 미래 가격이 상승한다는 기대만으로 가격이 오르는건 결국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최근의 금리 인상 정책과 대출 규제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는 가계부채 대책인 동시에 부동산 대책이지 않나. 워낙 부동산 때문에 민심이 떠난 상태이니 정부 입장에선 부동산 가격이 더 폭등하는 것은 선거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건 막아야 하는데 당장 공급으로는 힘드니, 일부가 불편을 겪더라도 대출을 조이는 방향으로 하는 것 같다.
정부의 금리 정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지금은 다들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어서 금리가 4~5%만 돼도 확 크다고 느낀다. 하지만 교과서적으로 보자면 그 정도가 적당하다. 금리가 어느 정도 정상화 되는 것이 맞다. 다만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에는 재정 지원과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선 금융 정책에 변화가 있을 때 ‘포워드가이던스’(Forward Guidance, 미 중앙은행이 미래의 통화 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수단)를 쓴다. 우리나라엔 아직 공식적으로 이같은 제도가 없지만 정부가 사전에 명확한 신호를 주면 차주나 예비 차주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금융 계획을 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요즘 마이데이터 산업이 금융 산업의 화두인 것 같다.
한국은 금융 쪽에서 마이데이터 산업이 먼저 생기고 개인정보보호법을 거쳐 지금은 전 산업에서도 마이데이터를 하겠다고 해 개정안이 올라오고 있다. 원래도 금융 쪽에서 마이데이터 산업을 하려고 했는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인사가 다들 보수적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구체적인 논의 과정에서 부처나 기관 간에 이견이 자주 발생한다.
금융위의 역할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금융위가 정책을 잘 세워야 한다. 논의 과정에서 다른 부처나 기관과 업무가 중복되기도 하는데 금융위가 주도권을 쥐는게 맞다고 본다. 다른 나라들을 보면 유관 기관끼리 협력이 잘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잘 안 된다. 금융위가 주도를 해서 금융당국이나 정보데이터당국 같은 당국 간 협조를 잘 이루도록 해야 한다.
어떤 부분이 우려스럽다고 보나.
예를 들어 은행 간 합병이 있다고 하면 이것은 금융위가 심사를 한다. 요기요와 배달통이 합병을 한다고 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를 한다. 하지만 은행이 플랫폼 기업을 합병하려고 하면 누가 심사를 하는지 애매해진다. 금융위의 역할이 커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금융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법 제도를 잘 준비해야 한다. 금융 산업이 디지털 전환으로 나아가려면 기본적인 시장 제도가 잘 정비돼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