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일본차가 불매 운동의 그늘을 벗어나 쾌속질주하고 있다. 이달 들어 작년 기준 누적 판매량을 추월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차 판매량 증가의 배경으로 '노 재팬' 심리 완화와 더불어 하이브리드차의 뛰어난 경쟁력, 경쟁사의 부진 등을 꼽고 있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일본차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1만8981대가 팔려나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250대 보다 4%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분위기라면 지난해 총 판매량인 2만564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일본차의 대표격인 토요타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올해 들어 8994대가 팔렸다. 이는 전년동기보다 18.8% 증가한 수치다. 렉서스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0월 컨슈머인사이트에서 발표한 2021 자동차 기획조사 결과 렉서스는 수입차 부문 최초로 초기품질(TGW-i), 내구품질(TGW-d), 판매서비스 만족도(SSI) 및 AS 만족도(CSI) 등 전 항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4관왕을 달성한 바 있다.
렉서스의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세단 ES 300h. 사진/렉서스
특히 렉서스 하이브리드 대표 차종인 렉서스 ES300h는 지난달 698대 판매되면서 지난 2017년 7월 이후 4년만에 수입차 1위 자리에 등극했다.
토요타도 마찬가지다. 토요타의 11월 누적 판매량은 5932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4%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혼다의 판매량은 4055대로 무려 45.3%나 증가했다. 토요타와 혼다도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토요타의 라브4(230대), 혼다의 어코드 하이브리드(229대)도 이달 하이브리드차 판매 순위에서 각각 6위, 7위에 올랐다.
일본차 판매량은 지난 2019년 불매 운동 본격화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닛산의 경우에는 지난 2019년 7월 판매량이 228대, 8월 58대까지 추락했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내년 일본차가 3만대 판매의 명성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반일 감정에 따라 매출이 줄어들었던 일본차가 올해 상당히 약진했으며 내년에도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하이브리드는 일본차를 따라갈 수 있는 모델이 없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차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영국차와 일본차는 가격대로 봐도 트레이드-오프(대체) 관계에 있는 것이 맞다"며 "특히나 레인지로버 등의 차종 품질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이런 수요가 일본차로 전환된 게 아닌가 평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영국 브랜드의 자존심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일본차의 상승세와 맞물러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재규어는 1월~11월 누적 판매량이 304대로 전년 대비 57.4% 급감했다. 같은 기간 랜드로버의 판매량 역시 2907대로 전년비 30.5% 감소했다. 특히 1만대 클럽이었던 랜드로버의 연간 판매량은 2018년 1만1772대에서 2019년 7713대, 지난해 4801대로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랜드로버의 판매 부진 이유로는 고질적인 서비스 품질 문제가 꼽힌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