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종합검사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을 당시 일부 간부들이 집단 반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검사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일선 직원들의 목소리를 부원장보들이 대변하고 나선 것. 종합검사가 당분간 존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정 원장이 여전히 개편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어 내부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금감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정 원장이 처음 종합검사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던 지난달 초순경 일부 부원장보들은 "수개월치 월급을 안 받겠다"면서 종합검사 존치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원장보들이 반기를 들기 전 종합검사 폐지에 대해 일선 직원들은 크게 동요했고, 여기에 평소 금융권에 대한 강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일부 부원장보들이 총대를 메고 정 원장에게 직언을 했다는 후문이다.
부원장보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원장보가 그렇게 반기를 들면 나중에 금융사 감사로 가거나 자리를 옮길 때 원장이 결재를 안 해주는 식으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 원장은 부임 이후 줄곧 친시장적 스탠스를 취하며 금융 감독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취임사에서부터 "금융 감독의 본분이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고 밝힌 정 원장은 지난 달 3일 열린 금융지주사 간담회에서도 현행 검사 체계를 사후 규제보다 사전 예방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예정했던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종합검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기능 무력화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었던 데다 급기야 청와대에서도 우려의 뜻을 전하자 정 원장은 금융 감독 개편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우리금융에 대한 종합검사도 이달 중순 재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정 원장이 내세워 온 친시장 기조에 내부적인 반발이 지속될 경우 정 원장의 리더십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정 원장은 여전히 금융 감독 개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어 검사 개편 방향과 이후 내부 갈등을 잠재우는 일이 큰 숙제로 남았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감독과 검사에 완벽한 것이 어디 있겠나. 상황에 따라 불합리한 면도 있고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감독을 잘 하겠다는 것이지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단계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여전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