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삼성과 LG,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연말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가속하고 있다. 30~40대 젊은 임원을 전면배치해 신사업 등에 박차를 가하고 미래 리더를 키우는 동시에 쇄신을 통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이번 전기 인사에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등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고 30대 상무 4명, 40대 부사장 10명을 배출했다.
임원 인사 규모는 작년보다 줄였지만 직급이나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를 냈고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물을 발탁했다. 30대인 소재민 상무는 AI·빅데이터를 활용해 화질 최적화 기능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고 심우철 상무는 지능형 보안위협 조기 탐지기술을 개발했다. 김경륜 상무와 박성범 상무는 각각 DRAM 설계 역량 제고와 AMD 공동개발 GPU 설계 완성도 향상에 기여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사진/뉴시스
40대 부사장인 고준봉 부사장은 TV플러스와 게이밍 허브, 박찬우 부사장은 구독서비스를 적용한 오븐 '큐커' 출시 등을 각각 주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젊고 우수한 경영자 육성을 가속하기 위해 이번 인사부터 부사장·전무 직급을 통합했다"며 "부사장은 나이와 연공을 떠나 주요 경영진으로 성장 가능한 임원을 중심으로 승진시키고 핵심 보직에 전진배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삼성전기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40대 부사장을 발탁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최대인 132명의 신임 상무를 선임했다.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과감히 기용해 미래 준비를 도전적으로 실행하고 중장기 관점에서 미래 사업가를 육성, CEO 후보군을 넓히기 위해서다.
신규 임원 중 40대는 82명으로 62%를 차지한다. 이번 인사로 전체 임원 중 1970년대 생 비중은 작년 말 41%에서 올해 말 기준 52%로 절반이 넘었다. 최연소 임원은 1980년생인 신정은
LG전자(066570) 상무다. 신 상무는 차량용 5G 텔레매틱스 선행개발을 통한 신규 수주 기여 성과를 인정받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뉴시스
SK그룹도 100명 안팎이던 신규 선임 임원을 133명으로 확대했다. 계열사인
SK하이닉스(000660)는 노종원 경영지원담당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사상 첫 40대 사장을 배출했다. 노 사장은 1975년생이다. SK하이닉스는 30대인 이재서 담당도 발탁했다.
세대교체와 함께 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뒀다. 이번에 승진한 박종만 상무와 백아론 상무, 최일환 상무는 각각 IoT, 로봇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빅데이터 전문가다.
LG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R&D, 엔지니어 분야 인재를 중용했다. LG전자는 김병훈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임명했다. 김 부사장은 무선선행기술 그룹장과 차세대표준연구소장, 미래기술센터장 등을 지냈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은 상무 승진 3년만에 전무로 올라갔다. 우수인재 확보와 초거대 AI 등 기술 혁신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카본 투 그린' 성장 전략 추진과정에서 중요한 기술·공정 등의 검증을 위해 R&D 담당인 환경과학기술원에 분석솔루션센터를 신설했고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그린 공정 기술 확보를 위해 G2 Tech 센터를 만들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