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청소년 백신 접종과 외면받은 당사자들

입력 : 2021-12-13 오전 6:00:00
"정부는 아이들의 안전한 등교와 일상 회복의 지속을 위해 12~17세 청소년 접종을 간절하게 호소드리고 강력하게 권고드린다."
 
정부가 지난 9일 '코로나19 예방 접종 특집 브리핑'에서 청소년 백신 접종 효과가 분명하고 이상반응 우려도 성인보다 낮다며 한 발언이다.
 
이번 브리핑은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12~18세 청소년 백신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와 관련 당사자들의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한 학생은 사실상 강제적 처분으로 행복추구권과 교육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같은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변하는 자리에서 해외 사례를 들며 백신 안전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청소년 대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중인 국가는 미국, 이스라엘, 캐나다, 일본 등 다수다. 일부 국가는 접종 연령을 5세 이상으로 확대하기까지 했다.
 
백신의 안전성은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됐으니 청소년 대상 접종 자체가 문제가 될 여지는 없다. 접종에 따른 이득보다 이상반응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면 당사자가 결정할 사안이다.
 
학부모와 당사자들의 반발은 백신의 안전성이 걱정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백신을 맞을지 결정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 없는 선택에 몰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청소년 대상 백신패스 내용을 보면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은 학원이나 도서관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해석에 따라서는 학습권을 보장받으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취지로 보일 수도 있다.
 
청소년 백신패스의 영역이 학습 공간까지 확대된 점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백신패스와 유사한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는 많다. 단, 학원과 도서관 이용이 어려워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들 국가에선 백신 미접종자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은 식당이나 놀이공원, 공공시설이다.
 
청소년 백신 접종과 백신패스는 시기상으로도 차별의 소지가 있다. 만 18세 이상 성인의 경우 국민 대부분이 백신을 접종한 이후 백신패스 적용 대상으로 묶였다. 반면 청소년은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당장 약 두 달 뒤부터 백신패스를 맞닥뜨리게 된다. 성인에게는 백신 접종에 따른 혜택을 부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청소년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2년여간 계속된 신종 감염병 사태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대응이 필요한 지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청소년 백신 접종 독려와 내년 2월 시행될 백신패스 역시 연장선일 것이다.
 
다만, 일련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감염 위험 요인을 줄이기 위해 청소년 백신 접종과 백신패스가 꼭 필요하다면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필요에 따라 청소년이 사용되서는 안 된다.
 
동지훈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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