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이 연말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가속할 전망이다. 인사는 연구개발(R&D)과 디자인 부문에서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 전진배치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UAM, 로보틱스,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 먹거리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15~17일 중 연말 정기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디자인경영담당을 맡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디자인을 총괄해왔고 68세로 고령이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근무했던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2006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해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가 독창적인 디자인 정체성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기아의 '호랑이 코' 라디에이터 그릴이 대표작이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사진/현대차
피터 슈라이어가 물러나면 이상엽 현대차 전무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는 20여년간 GM, 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 등을 거쳐 2016년 현대차에 합류했고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정립했다. 그가 디자인을 주도한 아이오닉5를 비롯한 차량과 웨어러블 로봇 벡스,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 등은 글로벌 디자인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연구개발본부를 이끄는 알버트 비어만 사장의 퇴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부회장 승진이 거론되기도 했던 만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BMW의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하다 2015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했고 현대차에서는 고성능 모델 'N' 개발을 비롯해 차량의 주행 성능 업그레이드를 주도했다.
최고경영자(CEO) 급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성 회장 취임 후 처음 실시한 지난해 인사에서 장재훈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현대차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사장단 교체를 단행했다.
부사장 이하 전무, 상무급에서는 대규모 인사가 예상된다. 주로 UAM,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도 관련 분야에서 미래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성과와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승진시켰다. 신규 임원 승진자 중 30%를 미래 신사업·신기술·R&D 부문에서 배출했다.
당시 미 항공우주국 출신 항공 전문가로 UAM 사업을 총괄하는 신재원 부사장이 사장이 됐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담당한 이규오 전무와 연료전지사업부장인 김세훈 전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40대 초·중반 우수인재에 대한 발탁 인사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연말 인사를 단행한 다른 그룹도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쇄신 차원에서 30~40대 임원을 전면배치했고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젊은 임원의 비중도 낮은 편이다.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자료를 보면 30대 그룹의 1969년 이후 출생 임원 비중은 평균 47%가량인데 현대차그룹은 32%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9인 국내외 사업 권역을 5개로 통폐합하는 조직개편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