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할 의지가 있는 모든 분들을 모시겠다"며 실사구시·실용주의 정치를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중도개혁·호남·민주당 이탈세력을 겨냥한 인재 영입도 가속화된다. 당에도 변화를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창당 전문가'라는 김한길 위원장의 과거 전력과 특성을 고려할 때 윤 후보 집권 후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정계개편 용도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시대준비위원회에서 현판 제막식을 마친 후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할 의지가 있는 모든 분들을 모시겠다"며 실사구시·실용구시 정치를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사진/뉴시스
윤 후보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시대준비위 출범에 대해 "새시대 정치는 실사구시·실용주의 정치"라며 "국민의 삶, 공동체의 통합이라는 대의 앞에 지역과 세대, 성(性)과 정파의 차이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지나치게 이념에 집착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이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인 국민의 삶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이 더 풍요롭고, 인간적인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이념에 구애받지 말고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앞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러한 뜻에 동의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할 의지가 있는 모든 분들을 모시겠다"며 "저의 승리가 저만의 승리가 아니고, 국민의힘 승리, 새시대를 준비하려는 분들의 승리, 국민의 승리가 되게 크게 하나 돼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새시대준비위에 부여된 첫 번째 역할은 호남계 인사들과 민주당 이탈세력 등을 끌어들이는 외연 확장이다. 국민의힘에 몸을 담지 못하는 중도개혁 인사들까지 영입 물망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친 김성식 전 의원도 영입 대상에 올랐지만, 본인이 강하게 거절했다. 2차 대상은 민생당에서 활동한 의원들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시대준비위의 조직 인선 역시 외연 확장을 위해 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기획조정본부장에는 최명길 전 민주당 의원, 대회협력본부장에는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호남 출신 이용호 의원이 맡기로 했다. 지역화합본부장은 김동철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제기됐지만, 당 안팎에서는 한목소리로 "새시대준비위 목적이 단일화는 아니다", "지금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김 위원장도 이에 대해 "정권교체를 위해서, 또 더 큰 승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고려해야겠지만 안 후보가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단일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양측에 다 마땅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가 계속해서 초접전 양상을 펼칠 경우엔 새시대준비위가 단일화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그건 나중에 가봐야 아는 막판 변수"라며 "그렇게 되면 복잡해지는 것이 안 후보에게 지방선거 지분을 줘야 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무엇보다 윤 후보가 이날 제시한 '실사구시와 실용주의' 청사진이 향후 정개개편까지 염두에 뒀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윤 후보가 집권할 경우 여소야대 국회를 피할 수 없어 현 정치 지형으로는 사실상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창당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14년 안철수 현 국민의당 후보와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든 경험이 있다. 또 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국민의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을 잘 아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한 라디오에서 "새시대준비위원회라고 하면 새로운, 기존의 국민의힘과는 성격이 다른 인재들을 모으겠다는 뜻일 것"이라며 "제3지대라고 불려진 사람들을 모아서 국민의힘을 재창당하려고 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 분이 움직이면 보통 정치 세력이 재편된다"며 "창당 전문가"라고 한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시대준비위원회에서 현판 제막식을 앞두고 만나 차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시대준비위원회에서 현판 제막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