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보장 축소·상품 철수…쪼그라드는 치아보험

AIG손보, 내달 레진치료 담보 판매 중단 예고
도덕적 해이·손해율 급등…상품 판매 줄줄이 중단

입력 : 2021-12-14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보장성 좋은 일명 '혜자' 치아보험이 쪼그라들고 있다. 도덕적 해이 리스크와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높아 판매 중단에 나서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IG손해보험은 최대 가입금액 24만원 수준인 치아보험 레진치료 담보를 손해율 급등으로 내년 1월부터 판매 중단한다고 설계사들에게 공지했다. 이 상품은 치아 충전 치료를 개수 제한없이 보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레진치료는 비교적 작게 생긴 충치에 적용하는 치료법으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다.
 
롯데손해보험(000400)은 최근 치아보험 시장에 뛰어든 지 4년 만에 상품 판매를 접었다. 롯데손보가 판매했던 치아보험은 틀니, 브릿지, 임플란트 등 보철치료와 크라운·충전치료를 보장하는 상품이었다. 앞서 메리츠화재(000060), 농협손해보험, 동양생명(082640) 등 여러 보험사들도 법인보험대리점(GA), 텔레마케팅(TM) 등 특정 판매채널에서 치아보험 상품을 중단한 바 있다.
 
보험사들이 불티나게 팔린 치아보험 판매 중단에 나서고 있는 건 손해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보험사들은 포화된 시장 속 보장성보험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혜택을 대폭 강화한 치아보험 판매에 나서왔다. 2018년부터 실손의료보험 끼워팔기가 금지되면서 실손보험을 대체할 미끼상품으로 치아보험이 부상하기도 했다. 
 
중소형 외국계 보험사부터 대형보험사까지 치아보험 판매에 뛰어들며 설계사들의 수수료 경쟁도 일었다. 이에 본격적으로 치아보험 붐이 불기 시작한 2017년 치아보험 매출은 4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1조420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치아보험이 도덕적 해이 리스크가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치아보험은 중복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회사의 상품을 가입해 보험금을 의도적으로 타내는 역선택의 리스크가 크다. 치과질환은 다른 질병보다 어느 정도 발생 여부에 대한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아보험에 가입한 뒤 면책기간 이후 치료를 받고 곧바로 해지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치아보험은 일반적으로 손해율이 높기 때문에 여러가지 제약을 두고 있는 상품이다. 치과치료는 주기가 짧기 때문에 일반 장기보험보다 손해율 관리가 어렵다"면서 "과거 초기 치아보험보다는 제한이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아 질환자가 보험에 가입하고 치료를 받은 뒤 해지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치아보험은 자동차보험처럼 보장이 똑같지 않고 회사마다 면책기간이나 보상 개수 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가입할 때 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치아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어린이들이 구강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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